두달여전, 총선을 앞둔 정치권엔 정보기술(IT)이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각 당은 새 홈페이지를 개설하면서까지 치열한 인터넷선거전을 치렀다. 개인홈페이지는 입후보자들의 필수사항이었다. 각 당은 전자정당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IT를 활용한 전자민주주의’ 실현을 너나없이 뜨겁게 부르짖었다.
그러나 17대 국회가 출범하는 지금, IT는 한참 뒤켠으로 밀려났다. 상임위 배정으로 인해 여·야간 뜨거운 쟁탈전이 벌어졌으나 국가 과학기술과 IT산업 정책을 다루는 상임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위는 찬밥 신세다. 여당 몫으로 10여명이 배정됐으나 열린우리당 측 후보자가 7∼8명에 그치는 미달사태를 빚었다. 야당인 한나라당도 마찬가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과기정위는 다른 상임위에서 탈락한 의원들이 찾아가는 자리거나 위원장이나 간사를 노리는 ‘틈새시장’으로 전락했다.
정치인들 뿐이 아니다. 17대 국회 개원 당일인 30일과 개원후 첫 월요일인 31일 이틀동안 국회홈페이지(http://www.assembly.go.kr)를 찾은 네티즌은 개원소식대신 ’홈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안내문만 허탈하게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 국회 입법정보화 담당관실 측은 “장비교체를 위해 이미 예고했던 것”이라며 “당초 토∼일 양일간 작업하려 했으나 토요일까지 채용시스템을 시험하는 바람에 일∼월 오후 2시경까지 접속을 중단시킨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네티즌의 눈에 ‘시스템 점검중’이라는 안내 화면도 아닌 접속실패 화면을 개원 첫날 버젓이 띄워놓은 국회의 수준은 한창 아래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이른바 IT혁명으로 사회와 대중이 변하면서 정치는 IT와 가까워졌다. 미래지향적이면서, 비권위적 이미지를 대중에 보이려는 정치인들에게 IT는 매력적인 소재다. 16대 국회에서 과기정위 출신 의원들의 생존률(?)이 높았던 것도 이를 방증한다. 이미지용 IT, 반짝 IT에 그친다면 큰 오산이다. IT는 우리나라의 10년 먹거리이고, 사회변화의 큰 변수다. 국회만이 이를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