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D램 제조업체들이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설비증설에 앞다퉈 나서면서 과거 반도체업계에 불황을 몰고왔던 공급과잉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이 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대만 메모리반도체업체들이 12인치 웨이퍼 생산체제의 조기구축을 위해 3개의 개별적인 증설계획이 진행 중이며 올해 D램 가격의 강세로 적어도 1개 업체는 12인치 웨이퍼기반의 대량양산에 근접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대만 D램업체 프로모스테크놀로지의 앨버트 린 이사는 “첨단 반도체 제조라인의 완성시점을 당초 5∼6년에서 4년 이내로 줄이려 한다”면서 요즘 반도체 수요증가세를 현재의 생산설비로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프로모스는 내년 하반기 완공할 12인치 웨이퍼 공장의 생산목표를 당초 월 4만장에서 6만장으로 50% 올렸다. 대만 반도체업계 5번째로 설립되는 이 12인치 웨이퍼 공장은 구형 8인치 공정에 비해서 D램 생산비를 30%까지 낮추기 때문에 프로모스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시장조사기업인 가트너에 따르면 프로모스와 라이벌인 파워칩 컨덕터와 난야 등도 12인치 반도체 설비의 확충에 나서고 있어 대만 D램 메모리업계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올해 말까지 24%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대만의 D램 시장점유율 19%보다 높아진 수치인데 같은 기간 한국 반도체업계의 D램 점유율은 지난해 37%에서 올해 34%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대만 D램 업체들이 경쟁적인 첨단설비 도입에 나서면서 세계 D램시장에 또 다시 공급과잉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세계 반도체 시장이 과거 수년간 공급과잉으로 폭락했다가 겨우 지난해부터 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상황에서 대만업체들의 저돌적인 설비경쟁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IDC의 마리오 모랄레스 반도체부문 부사장은 지난주 대만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비록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에 있지만 D램 시장이 탄탄한 성장기반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D램 제조업체 하나는 더 퇴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공급과잉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