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글자체도 법의 보호를 받게 된다. 특허청은 1일 글자체 보호 조항을 신설한 새로운 ‘디자인보호법(구 의장법)’이 이르면 올해 말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자 디자인 자체를 법으로 보호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이에 따라 많은 비용을 들여 개발한 글자체를 도용당해도 구제받기 힘들었던 불합리한 현실이 상당부분 개선되고 창작자들의 개발의욕을 크게 높여줄 전망이다.
기존에는 글자체의 불법복제가 이루어질 경우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을 적용해 우회적인 판단을 내려야만 했다. 글자체의 유사성을 판단근거로 삼지 못해 서체파일(폰트) 소스코드의 유사성을 살펴온 것이다.
때문에 실제 모양이 같아도 법적으로는 권리침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판결기간도 오래 걸렸다. 실제 지난 95년 모 글자체 개발업체가 제기한 폰트 도용 저작권침해 소송은 아직까지 진행중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허청은 문화관광부와의 협의를 거쳐 디자인보호법상 디자인의 정의 규정에 글자체를 포함시켰다. 글자체를 물품으로 여김으로써 보통의 디자인과 동일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비영리적 사용은 계속 허용하기로 했다. 이 법안은 지난달 18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달 중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는 글자체 보호 소식을 반기면서도 법의 명확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글자체를 법으로 보호한다는 소식은 그 동안 만연했던 글자체 무단도용 분위기를 깨뜨리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하지만 디자인의 유사성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 법의 현실적인 적용 방법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약 2000여종의 한글 글자체가 개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