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업계가 다시 기업인수합병(M&A)으로 술렁이고 있다. 대기업들의 인터넷 사업 부문 진출이 봇물을 이루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는 대기업들이 만든 이른바 ‘쇼핑 리스트’에 끼어보려는 인터넷기업들의 물밑 작전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순수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노력보다는 공작새가 잠깐동안 화려한 날개를 펴듯 자신을 과대 포장하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최근 유행하는 서비스를 무턱대고 자사 사이트에 갖다 붙이는가 하면, 현재의 수익성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트래픽을 높이는 데만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허상으로 기업들은 자신의 몸값을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하고 있다. 적자에 허덕이는 기업이더라도 일단 외형적 자산가치를 몇백억원대로 올려 놓는게 다반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윤리는 뒷전이며 내용물이야 어떻든 오로지 기업을 팔아보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이런 판에 임직원들의 개인적인 문제가 M&A의 발목을 잡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때 M&A 대상 1순위로 꼽혔던 A사는 사장의 개인 문제가 마무리 단계에 있던 대기업과의 협상을 답보상태로 돌려버린 대표적인 사례다. 사건의 발단은 이 회사의 주력서비스 기획자였지만 사장에게 개인적 불만을 갖고 있던 한 여직원이 매각반대 소송을 제기하면서부터였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퇴사했다고 여겨온 전직 임직원들까지 가세하면서 문제가 확대되고 말았다. 이 사건은 회사의 가치와 대외 이미지를 크게 떨어뜨렸고 결국 유력한 인수자로 꼽혀 온 한 대기업이 M&A에 소극적 자세로 나오게한 원인이 됐다.
A사의 사례는 기업 역량 키우기보다는 매각을 통한 ‘한몫잡기’에 혈안이 되고 있는 요즘 인터넷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회사 지키고 있어봐야 뭐 나올게 있나”라며 “그나마 값을 쳐줄 때 팔아야지”라는 최근의 업계 인식도 여기에 닿아있다. 인수합병의 또 다른 당사자인 대기업들 역시 급변하는 인터넷 시장환경은 도외시한 채 오로지 자본만으로 달려들고 있지나 않은지 자성해야 할 시점이다.
<디지털문화부·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