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중복심의 논란 다시 도마위에

 온라인게임 ‘리니지2’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된 이후 온라인게임에 대한 이중심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8세 판정을 받은 리니지2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부터 청소년유해매체물(19세 이상 이용가)로 결정되자 최근 출범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중복심의위원회 대책반까지 가동시켰다. ‘리니지2’의 유해성보다 국가기관의 심의중복이 더 큰 이슈로 도마 위에 올랐다.

 ◇심의중복 생길 수 밖에 없었다=현재 온라인게임에 대한 심의권한은 영등위과 정통윤 모두 갖고 있다. 심의중복문제도 사전에 감지됐던 바다. 영등위에서 온라인게임 사전심의제도를 실시한 것은 지난 2002년 문화관광부가 시행령을 발표하면서부터이다. 당시 정통윤이 사후심의로 온라인게임 심의를 맡고 있었다.

 그러나 영등위에서 사전심의를 실시한 뒤에도 심의중복 문제는 논란만 됐을 뿐 전혀 해결되지 않고 넘어갔다. 이번 리니지2 청소년유해매체물 판결도 청소년보호법과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 특히 사전심의제인 영등위 심의 후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심의하는 정통윤이 이중심의 논란으로 뭇매를 당하는 구조로 돼 있다는 게 정통윤의 설명이다.

 ◇해결창구는 없나=정통윤 홍순철 심의조정단장은 “현재 다양한 법률이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사업은 다양한 규제를 받게 된다”면서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학부모나 일반 사용자, 청소년 보호 전문가들의 의견이 배제된 채 이중심의 문제가 이슈화되면 결국 업계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훈 사무국장은 “두 기관의 심의기준, 심의 내용도 다를 뿐만 아니라, 판정 후 사업자가 지게 되는 법적 의무도 다르다”면서 “한 기관의 심의를 따르면 다른 기관이 심의는 어기게 되는 이중심의 문제는 반드시 시정돼야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상이한 심의기관의 심의가 충돌할 경우, 뾰족한 해결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영등위와 정통윤의 심의문제를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해석되는 정도가 고작이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의 청소년 유해물 판정 이후 청보위측에 심의내용을 조종해 줄 것을 신청한 것도 그 때문이지만 완벽하지 않다는 평가다.

 ◇심의기관 재정비 필요=심의가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게임의 유해성도 인정해야 하고 게임의 산업성도 인정해야하는 두가지 고려사항 때문이다. 사회윤리적 관점에서 일부 온라인게임은 청소년 유해환경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디지털콘텐츠 수출의 효자 노릇을 하는 것도 게임이다. 수출국에서 ‘청소년에게 해롭다’는 판정을 두번이나 받은 게임을 수입국이 자국 청소년에게 권장할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수입규제품목에 오를 가능성이 크고 결국 미래 먹거리인 게임산업은 좌초할 수 밖에 없는 역발전 구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성신여대 법학과 황승흠 교수는 “우리나라 심의제도는 매체별·장르별·수단별로 쪼개져 있고 법정심의기관만 5∼6개에 달한다”면서 “부처이기주의를 버리고 심의기관재정비 문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중복심의 문제는 온라인게임에 국한돼 있지 않다. 영등위에서 심의하는 영화·비디오, 방송위원회에서 심의하는 방송 등이 온라인으로 유통될 경우, 각종 심의기관과의 중복문제가 폭발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무조정실 등 상위기관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규제의 일원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에 앞서 사업자 자율규제 역량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업자의 자정노력이 없으면 각종 규제와 심의를 정당화해주는 꼴이 된다는 게 청소년 보호론자들의 의견이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