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SW)와 시스템통합(SI) 시장에서 유지보수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계약금의 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적용요율도 해외의 20%대보다 낮은 9∼12%로 저조해 SW산업 발전과 경쟁력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라이선스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전환되고 있는 해외 SW시장과 달리, 우리의 경우 일회성 프로젝트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시장의 낙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공동으로 201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SW 유지보수사업 관련 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SW솔루션업체나 SI기업의 총매출 중 유지보수사업 관련 매출 비중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의 경우 라이선스와 유지보수 서비스가 6:4의 매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 국내업체들은 7:3으로 SW산업이 가지고 있는 부가가치를 제대로 챙기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지보수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까닭은 국내 시장의 여건 미비와 SW 비즈니스의 역사가 짧다는 데에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패키지 제품의 시장 포화상태를 일찍 경험한 외국 업체들이 자연스럽게 제품의 업그레이드나 유지보수 서비스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에 비해 우리는 소비자들의 잘못된 인식과 미성숙한 시장 환경 때문에 유지보수 활성화 분위기 조성에 어려움이 많다.
더구나 SW산업 육성에 앞장 서야 할 정부 공공 부문의 서비스 구매가 민간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조한 것은 그동안 틈만 나면 SW산업을 육성하자던 정부의 목소리가 얼마나 공허한 것이었나를 확인해 줘 씁쓸하기만 하다.
물론 예산상의 절차와 자산 관리 측면에서 무형의 자산인 유지보수 서비스를 구매하지 못 하는 애로사항이 있겠지만 유지보수 시장에서 공공부문이 고작 25%를 차지하고 있는 점은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SW 구매와 시스템 구축사업이 단기계약에만 그쳐 지속적인 업데이트 등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국가 정보시스템 보호에도 엄청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SW를 유상의 서비스 상품으로 보지 않고 하드웨어의 부속물이거나 아예 공짜로 인식하는 풍토가 여전하다. 그렇다고 SW 유지보수 사업이 부진한 탓을 모두 소비자에게만 돌리는 것도 잘못이라고 본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듯이 일차적인 책임은 안정적인 라이선싱 정책과 상품화한 서비스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는 SW솔루션업체와 SI업체에 있다고 본다. 서비스 패키지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유지보수에 대한 구체적 항목도 없다는 것이 일례일 것이다.
SW산업은 별다른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고부가가치산업이다. 세계 SW시장에서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고작 2%에 불과하다. 그만큼 우리가 파고들어 틈새 공략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한 유망분야이다. SW 유지보수 활성화는 SW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밑거름이다. 업체들도 이제부터는 제살깎기식의 경쟁을 지양하고 정정당당하게 서비스의 대가를 요구하는 노력 또한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