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육성,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어설프게 하다간 퇴출업체만 양산할 수 있다. 업계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불굴의 의지와 기술력, 창의력 등 경쟁력이 있는 기업인만 살아남을 수 있다. 세상 일이 다 그렇듯이 누구나 성공의 축배를 드는 것은 아니다.
더러는 벤처라면 진저리를 낼 수도 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너도 나도 묻지마 투자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성공한 벤처는 소수고 다수는 실패했다. 실패자한테 벤처는 악몽일 수 있다. 그 책임은 누구한테 있는가. 정부 탓인가, 투자가 탓인가. 아니면 벤처인 탓인가. 누구도 그 책임의 그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과거에서 배워야 한다. 당시 벤처위기를 경고하는 시그널을 언론 등에서 내보냈지만 별로 귀기울이지 않았다. 그 결과가 오늘의 벤처현실이다. 고위험 고수익을 간과한 탓이다. 물론 벤처는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IMF라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도전정신과 창의력을 내세운 젊은 벤처인들이 등장해 수출에도 기여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요즘 벤처업계가 재도약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한 후 경제 챙기기에 나서면서 그런 움직임이 뚜렷하다. 노 대통령은 5월17일 경제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중소기업은 2만달러 시대를 향한 기술 혁신과 일자리 창출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며 “앞으로 중소기업을 정부정책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삼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5월 21일 중소기업 대표 간담회에서도 “중소기업은 기술혁신과 고용창출의 원천”이라며, “과학기술 혁신 전략의 주체도 중소기업이고 경제발전 전략도 중소기업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벤처기업인을 포함한 중소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는 커피 브레이크까지 가지면서 예정시간을 1시간 가량 넘겼다. 지난달 28일에는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벤처협회를 방문, 애로사항을 들었다고 한다.
이 같은 관심표명은 벤처인들한테 반가움과 기대감을 갖게 하는 일이다. 벤처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원천이다. 그러나 과거의 쓰리고 아픈 상처가 여전하다. 그래서다. 도약대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간의 실패사례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불쑥 꺼낸 정책은 안 된다. 정부는 지난날 벤처기업을 2002년 2만개에서 2005년 4만개로 육성하겠다고 큰소리친 바 있다. 벤처의 성공률이 5% 미만임을 간과한 정책이다. 물론 정책이 완벽할 수는 없다. 다만 올바른 틀을 만들고 옥석을 가려 지원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이번에는 지원과 버림의 한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앨빈 토플러는 “신경제는 검증된 모델이 없으므로 스스로 발전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한 바 있다. 기업인들도 내재적 조직의 역량을 높여 발전모텔을 찾아야 한다. 기술력과 마케팅력, 관리력, 자금력 등이 있어야 계속 기업을 굴릴 수 있다. 대다수 벤처는 특정분야의 기술력과 참신한 아이디어는 가지고 있지만 이를 수익과 연결하는 마케팅력이 부족하다. 또 업무통합능력도 필요하다. 기술력이 있다고 자기중심적이 되면 곤란하다. 고객만족이 성패의 관건이다. 이제 벤처육성을 위한 새 그림을 그리자. 벤처는 미래의 흐름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