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활기찬 중소·벤처기업을 기대한다

수출이 작년 12월 이후 5개월 연속 30%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수출도 전월에 이어 200억달러대를 달성해 2개월 연속 월간기준 사상최대치를 경신했다.

 반도체, 통신기기, 자동차 등 기술집약적 제품이 유가급등, 원자재 가격상승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룩한 성과여서 매우 뿌듯하다.

 그러나 대외 부문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국내경기는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특히 수출을 하면 할수록 불어나는 대일 무역역조는 부품·소재산업 육성에 대한 아쉬움을 더한다.

 최근 중소·벤처기업 대표의 65%는 앞으로 3년을 버티기가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고 한다. 더군다나 적지 않은 중소·벤처기업들이 해외로 사업장을 이전하고 있어 산업기반 약화가 우려된다.

 중소·벤처기업은 한 나라 경제가 지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첨병(尖兵)이다.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실업률이 증가하며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도전의식마저 식어가고 있는 우리 경제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일찍이 주요 선진국들은 중소·벤처기업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그들은 중소·벤처기업이 신규산업 개척자, 기술혁신 주도자, 고용 창출자, 지역경제 주체자로서 다양화, 전문화, 스피드시대에 적합하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미국의 벤처산업, 이탈리아의 패션산업, 일본의 부품산업, 대만의 PC산업, 그리고 독일의 기계산업 등이 그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중소·벤처기업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60∼80년대의 보호·육성에서 90년대의 창업·벤처를 거쳐 2000년대에는 경쟁력 강화의 길을 걸어 왔다. 그 과정에서 한편으로는 대기업에 비교되는 사회·경제적 약자로서, 또 한편으로는 미래 우리 경제의 대안으로서 우선적 지원을 받아 오늘날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벤처거품 제거 이후 정부의 정책이 전환 국면을 맞으면서 가격과 기술경쟁력 한계에 직면한 중소·벤처기업은 사업포기나 제3국 이전이라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뒤떨어진 기술력, 일방적으로 전가되는 비용, 벤처의 부실로 야기된 사회적 불신, 놀고 먹는 청년들조차 외면하는 기업환경 등으로 중소·벤처기업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우리 경제의 기본 축인 중소·벤처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내수도 진작시키고 부품·소재산업도 활성화시켜 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내수 침체와 원자재난 등으로 극심한 자금 부족을 겪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에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얼마 전 중소·벤처기업 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자금지원’이 가장 시급한 현안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종전과 같은 일방적 ‘퍼주기식’ 지원이 더는 지속돼서는 안 된다. 이젠 자금도 중소·벤처기업이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혁신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 지원돼야 할 것이다. 또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은 기술, 인력, 세무, 마케팅, 구조조정 등 경영전반에 걸쳐 기업의 성장에 맞춰 이뤄져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은 창업도 쉽지만 문을 닫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경영에 필요한 모든 요건들을 두루 갖추기에는 기업 여건이 너무 취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국내외 여건의 급속한 변화로 중소·벤처기업 부문의 구조개선이 시급한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효과적인 지원시스템 확보 차원에서 지역 중심의 협력형 지원 시스템인 클러스터가 조기에 정착돼야 한다.

 중소·벤처기업 유관기관이 지닌 개개의 특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지원 자체가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집적형 지원 네트워크를 지역화해 지역이 지닌 특수성이 반영되고, 그 자체가 산업 생태계를 이뤄 나가도록 해야 한다.

 최근 들어 우리 경제구조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벤처기업인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인들의 활기찬 모습을 하루 빨리 보고 싶다.

◆박봉수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 bongspark@ki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