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개최된 세계 최대의 디스플레이 관련 심포지엄 및 전시회인 ‘SID 2004’가 열리고 있는 미국 시애틀 컨벤션 센터에는 동양인의 물결이 일었다. 디스플레이의 생산 기반이 대부분 아시아로 넘어온 데다 전체 논문 중 한국이 25%, 일본이 19%, 대만이 8%로 절반이 넘는 등 연구분야 마저도 이제는 아시아가 중심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가장 큰 전시회 및 세미나는 역시 미국 중심의 SID(Society for Information Display) 행사다. 그만큼 기초 기술 분야에서는 여전히 이곳이 중심이고 세계 최대의 시장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삼성전자 LCD 총괄 이상완 사장은 이번 SID 행사 만큼은 삼성전자 사장 직책을 뒤로 했다. 24일 시애틀에 도착하자 마자 SID 회장단과 임원들을 만났으며 그 다음날도 이들과 조찬 행사를 가진 후 한국으로 돌아갔다. 전시장은 대략 1시간여만 둘러봤을 뿐이다.
이 사장이 이렇게 SID 임원을 만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국내 디스플레이 세미나 및 전시회인 IMID를 세계적인 행사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SID 측에 아시아 디스플레이 행사를 가능한 한 한국에서 개최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이상완 사장은 국내 LCD 산업을 대표하는 인물로 세계적인 해외 CEO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SID 임원들에게 간곡할 정도로 자세를 낮춘 것은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위상에 맞게 콘퍼런스나 전시회도 한국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지론 때문이다.
학계 한 관계자는 “이상완 사장은 이번 행사에 삼성전자 사장이라기보다는 국내 정보디스플레이학회 이사장 역할을 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며 “기업이익보다는 국가 이익을 더욱 중요시 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대표기업들인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SK텔레콤 등은 이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시애틀의 명물인 스페이스니들(만국박람회장) 바로 옆 상가에 붙어있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간판스타 이치로의 대형 플래카드처럼 국내 기업인들이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