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ACAP 데이터방송 개시 의미

KBS와 KT·삼성전자가 공동으로 이달 말부터 ACAP(Advanced Common Application Platform)방식 데이터방송의 시험서비스를 실시하기로 합의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지상파인 KBS가 데이터방송을 시작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이제 명실상부한 데이터 방송시대에 들어서는 것이다. EBS도 KBS와 함께 시험 서비스할 예정이고 MBC도 7월부터 이 대열에 참여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잘 알다시피 데이터방송은 통신·방송 융합시대를 이끌 킬러애플리케이션으로 세계 방송업계의 주목을 받아온 분야다. 데이터방송 자체로만 보면 디지털방송의 일개 부가서비스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보통신(IT) 기술과 접목된 데이터 방송은 단순 오락형 가전제품으로 인식되는 TV수상기를 실질적인 종합 가정 정보매체로 업그레이드하고 TV를 통한 전자상거래를 가능케 하는 등 실생활에 일대변혁을 가져올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세계 방송업계가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만큼 데이터방송 시대에 접어든다는 것은 방송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TV로 프로야구를 보면서 팀의 성적과 개인 성적 등을 검색할 수 있고 드라마라면 주인공에 관한 정보는 물론 탤런트가 입고 있는 옷이나 시계가 마음에 들 경우 클릭하면 자세한 상품정보가 시청자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지상파 데이터방송 서비스 개시가 가져올 혁명에 우리가 주목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우리나라가 ACAP방식 지상파 데이터방송을 표준 규격으로 제시하고 있는 미국보다 앞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미들웨어를 우리 업체가 개발한 것으로 적용하고 셋톱박스 등 관련 방송장비를 거의 국산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데이터방송 시장을 주도해 나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양방향 방송을 위한 리턴 채널로 전화선을 사용하는 외국과 달리 IP망을 활용하는 것이 세계 첫 시도여서 이의 구현 여부와 품질 상태에 따라서는 세계 데이터방송 시장 표준 경쟁도 IP망에 기반한 ACAP방식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할 소지가 높다고 본다. 특히 우리의 통신·방송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도 될 것으로 보여 기대가 크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데이터방송 실시로 관련 솔루션·장비 시장을 우리 업체들이 장악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IP망을 통한 리턴채널 운용이 별 무리 없이 진행될 경우 통신과 방송의 융합서비스가 가져오는 혜택이라 할 수 있는 이용자 비즈니스 기반이 마련돼 프로슈머(prosumer) 탄생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이번 데이터방송이 통신-방송-가전부문의 지배적 사업자 간 연대로 이뤄져 실시되는 것도 주목할 만한 사항이다. 특히 대표적인 통신·방송 융합서비스인 데이터방송을 실시하는 데 있어 지상파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또 통신사업자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연대의 성공 여하에 따라 신규 서비스 도입에 필요한 모델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이 갖춰졌다고 모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양방향 데이터방송을 위한 장치 및 법적 근거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방송법에 별도 규정이 없는 현상태로 데이터방송을 본격화할 경우 전자상거래 등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