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WTO 정부조달협정(GPA) 대상에서 벗어나게 돼 그동안 통신장비 발주 등에 불필요하게 투입했던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KT측은 이번 합의로 연간 150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통해 신규 통신서비스를 위한 전략적 장비 개발이나 특정 장비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등도 가능하게 돼 국산 장비업체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장비업체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KT의 장비 발주가 국내·외 업체 구분이 아니라 기술력을 바탕으로 투명하게 선정되는 진일보한 입찰장치가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
◇역차별 받아왔던 국산 장비업체=그동안 KT는 정부조달협정 대상자로 지정되면서 음성전화 교환기에서부터 VDSL장비 등을 발주할 때도 40일전에 의무적으로 공고하고 일정 금액 이상의 구매일 경우 반드시 국제조달 절차를 따라야해 조달기간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GPA 대상기관에서 배제되면 신속한 조달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통신설비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게 KT측 분석이다.
이덕희 KT 사업협력담당 부장은 “그동안 최대 80주까지 걸리던 구매 소요기간을 다른 경쟁사 수준인 30주 이내로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경쟁업체의 조달 전략에 대한 대응력 제고 뿐만 아니라 국산 장비의 도입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T는 또 이번 조치로 신규 사업시 신속한 설비지원을 통해 시장선점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협정 상대국의 통상 압력에 의해 오히려 KT가 구매자 지위를 상실하는 기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어지면서 KT는 회사이익 우선의 효율적 조달로 내부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비업계 “투명한 입찰장치 마련돼야”=KT가 GPA대상기관에서 배제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산 장비업체들은 반색하고 있다. KT ICOM 시절, KT가 IMT 2000 장비공급자를 LG전자로 선정한데 대해 외국 통신장비업체들이 이번 조항을 근거로 크게 반발하면서 KT에 압력을 넣었던 예를 고려한다면 앞으로 KT가 외산 장비를 의도적으로 고려해 배정하는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KT의 장비입찰에는 정부조달협정과 같은 대외적인 상황보다는 내부 입찰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게 장비업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 사항이 국내 장비업체의 영업환경 개선에 더 큰 의미로 다가오기 위해서는 좀 더 투명하고 오픈된 입찰장치의 마련이 필수적이란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동안 최저가입찰제를 보완한 ‘종합평가제’마저 장비업계를 옥죄는 시스템으로 변질된 만큼 기술력과 마케팅력을 갖춘 기업이 실적을 낼 수 있도록 KT와 장비업체간의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과 마인드 정착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한 장비업체 사장은 “KT가 국제적인 민영기업으로 인정받은 만큼 앞으로 장비 조달과 입찰에서도 국제 수준에 맞게 경쟁력과 투명성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