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증권거래소를 찾았다. 지난 3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등이 방문한 것까지 올 들어 3명의 정치권 주요 인사가 증권거래소를 방문한 셈이다.
지난 10년간 정치권 주요 인사가 증권시장을 찾은 경우가 총 13차례에 불과한 것을 감안할 때 올해는 매우 잦은 방문양상을 보인다.
정치권에서 경제상황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건전한 시장 분위기를 유도하는 등 민생 경제를 챙기겠다는 것은 일단 긍정적인 일로 풀이된다. 그동안 정치권의 분쟁과 적절치 못한 대응으로 경제 부문이 피해를 보았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을 감안할 때 정치 인사들이 경제 분야에 관심을 높이는 것은 분명 좋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증권시장 방문에는 기대보다는 곱지 않은 시각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매번 똑같은 내용이 건의되고 형식적인 답변만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증권 업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결같이 △부동 자금의 증시 유입을 유도하고 개인 투자자 활성화를 위한 비과세 증권 상품의 마련 △연기금의 증시 투입 확대를 통한 기관의 역할 확대 등을 건의해왔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적극적인 검토와 대응 마련을 하겠다’는 답변만 얻었을 뿐 그동안 뚜렷한 개선이 없었다.
물론 증권·투신 업계에만 세제 혜택을 줄 수는 없다. 또 이해 관계가 엇갈리는 은행·보험권의 다른 얘기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업계의 얘기를 청문한 이후 적절한 대응과 보완이 없다면 간담회 자체는 무의미해질 수 밖에 없다.
천 대표는 이날 “증권시장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단기적인 처방보다는 시장 체질 강화를 통한 중장기 시장 안정화를 유도하겠다”며 “정치권과 경제계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외 악재 때문이지만 천 대표가 증권거래소를 방문한 이날 주가는 34포인트나 급락했다.
천 대표의 말처럼 정치권과 경제계의 ‘상생’을 통해 증권시장·기업·투자자 모두 앞으로 개선되는 것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