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이 경쟁사인 피플소프트 인수를 선언한지 꼭 만 1년이 지났다. 지난 2003년 6월 6일, 오라클은 기업용 솔루션 시장에서 치열하게 점유율 경쟁을 벌이더 피플소프트를 인수하겠다고 전격 선언, 시장을 술렁이게 했다.
당시 오라클의 목표는 이 시장 1위인 독일 SAP를 따라잡겠다는 것. 하지만 오라클의 피플소프트 인수는 난관의 연속이었다. 우선 피플소프트 경영진들이 극렬히 반대해 소송과 소송이 이어졌다. 또 미국과 유럽 경쟁 당국들이 “두 회사 합병이 시장에서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오라클은 7일(이하 미국시각) 부터 근 한달간 4차례에 걸쳐 미 정부와 법정에서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게 됐다. 이번 인수 드라마는 지난 1년을 지나오면서 두 회사 모두에게 상처를 안겨주었는데, 앞으로도 오라클이 넘어야할 산은 첩첩으로 남아 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CEO)와 크레이그 콘웨이 피플소프트 CEO는 각기 “틀림없이 인수 할것” “오라클의 인수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면서 극렬히 맞서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 결과가 빨라야 일년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독점 소송 이제 시작= 피플소프트 인수 선언 일년이 된 지금, 오라클은 반독점 당국과의 법정 싸움이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서 7일 시작된 이번 심리는 4차례에 걸쳐 근 한달간 열릴 전망이다. 이 기간중 오라클과 미 정부는 각자의 입장을 대변해줄 증인들을 법정에 세울 예정인데 유명 IT인들도 꽤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관측통들은 이번 인수 사건이 사법부의 소송 결과에 관계없이 일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이는 만일 사법부가 이기더라도 오라클은 승소 할 것이고, 또 오라클이 승리한다고 해도 유럽 당국이라는 또 다른 복병이 기다리고 있는 등 앞으로도도 많은 시간과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유명 시장조사기관 AMR 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짐 셰펄드는 “오라클의 인수 사건이 결말이 나려면 일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라클에 우호적이지 않은 피플소프트 이사회도 오라클이 인수 성공을 위해 넘어야 할 장애이다. 이미 피플소프트 이사회는 오라클의 인수 제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는데 여전히 반대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지난 1년간 양측 모두 상처= 피플소프트 인수 불확실성은 오라클 주가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2일 오라클 11달러15센트로 마감했는데 이는 최근 일년(52주)중 가장 낮은 수치이다.
적대적 인수에 시달리고 있는 피플소프트도 ‘상처’를 입었다. 피플소프트는 자사 고객 보호를 위해 “만에 하나 오라클이 피플소프트를 인수하게 된다고 해도 충분한 보상을 해주겠다”고 강조하고 있음에도
제품 판매에 악영향이 미치고 있다.
매출이 줄어들었으며 일부 경영진이 회사를 떠나는 등 직원들의 사기도 지난 일년간을 지내오면서 많이 떨어지는 피해를 피플소프트는 입었다. 오라클과 마찬가지로 피플소프트주가도 최근 6개월간 하락세이다. 2일 피플소프트 주가는 17달러65센트로 마감했는데 이는 1월의 24달러보다 6달러 이상 하락한 것이다. 오라클은 피플소프트 주가가 하락하자 지난달에 피플소프트 인수 금액을 기존 주당 26달러에서 21달러로 낮추기도 했다.
두 회사 모두 지난 일년간 최대 경쟁사인 SAP에게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내 준 것도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시장조사기관 AMR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SAP는 39%를 차지,오히려 점유율이 높아졌다.반면 피플소프트와 오라클은 각각 13%와 12%로 두 회사 비중을 합쳐도 15%에 불과, SAP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SAP 판매는 특히 그동안 부지을 보여왔던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더욱 고무돼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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