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산 부족 `전자정부` 걱정된다

내년도 전자정부사업에 투입될 예산 규모가 각 부처의 요구수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게 배정돼 사업 추진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각 부처에서 내놓은 사업 계획에 대한 중복성 여부 심사를 거쳤겠지만 증액은커녕 올 수준에 그친 예산안을 보면 전자정부사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에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행정자치부가 최근 기획예산처에 제출한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전자정부 로드맵 31대 과제에 배정된 금액은 총 983억원 규모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행자부가 취합한 각 부처의 당초 요구액인 5000억원의 20%에 불과한 액수여서 향후 전자정부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더욱이 SI업체들의 저조한 참여로 올해부터 새로 추진하는 전자정부 사업자 선정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예산 부족으로 인해 자칫 전자정부 사업의 근본까지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전자정부 사업의 중요한 밑그림이 되는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하는 사업자 선정이 유찰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그 예라고 하겠다.

 ISP사업 규모가 3∼4억대에 불과하긴 하나 향후 본 사업 추진을 위한 선행사업인 까닭에 SI업체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프로젝트다. 하지만 고질적인 저가 입찰 관행 때문에 그동안 정부 프로젝트에 단골로 참여하던 업체들마저도 응찰을 기피함으로써 전자문서유통체계고도화 ISP사업과 온라인 국민 참여 포털 BPR/ISP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범정부적 차원의 전자정부 로드맵 과제 예산은 물론, 행정 부처의 자체 정보화 예산도 내년 사업계획을 추진하는 데 크게 부족한 실정이어서 국가망의 효율적 운용 등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예산 확보가 어려워진 것은 사전 재원분배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정보화사업이 투자효과 우선순위에서 다른 부문에 밀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행자부가 예산이 최종 확정되는 8월 초까지 각 부처와 협의해 추가예산을 산정, 기획예산처에 재고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전자정부를 구축해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구호 아래 막대한 자금을 투입, 큰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주민등록이나 세무 등 국민의 일상생활과 직결된 사항은 물론, 정부 기관과 국민 간 양방향 소통도 잘 이뤄지고 있다. 또 법률 ·제도적 장치도 완벽하게 갖춰 놓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자정부 활용률은 약 25%에 머물고 있다. 이는 국민이 전자정부에 접근하는 데 아직도 개선할 점이 많기 때문인 것이다.

 이번에 행자부가 제출한 전자정부 예산안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아직도 전자정부를 단순히 민원이나 처리하는 전자적 행정서비스로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전자정부는 정부의 인사·예산의 투명성을 제고할 뿐만 아니라 복지·물류·고용서비스를 확대함으로써, 비록 눈에 확연히 보이지는 않지만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해 주는 받침돌 역할을 하고 있다. 한정된 예산을 배정하는 정부 관계자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 효과가 뚜렷하게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부문이 아니라는 논리로 투자 우선순위에서 배제하는 것은 거시적인 안목에서 볼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