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SKT 콘텐츠담당자들, 사내 입지 악화

‘남은 자의 슬픔’

 MP3폰의 저작권 침해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결국 ‘협의체 해체’라는 결과로 끝나면서 기존 합의안을 지키고 있는 KTF와 SK텔레콤의 콘텐츠 담당자들이 누구보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KTF의 ‘인터넷사업실 미디어팀’과 SK텔레콤의 ‘포털 사업본부 뮤직 사업팀’은 ‘무료음악의 72시간 제한재생’ 조치와 같은 MP3폰 협의체의 다양한 합의 도출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저작권 보호의 당위성과 중장기 효과를 말하면서 가입자 확보를 위해 무료음악 재생이 필수라는 사람들을 설득했고 협의체에서는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이끌어내기 위해 음원권리자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이 협의체 파행운영과 함께 결과적으로 경쟁 이동통신사의 가입자 유치에 도움을 준 격이 되면서 회사 내부적으로 입지가 크게 좁아지게 된 것이다.

 양사 콘텐츠팀은 유료 음악 활성화로 가능성을 보여주려 했다. 지난 4월 800원에서 500원으로 가격을 인하한 KTF에 이어 SK텔레콤도 최근 500원으로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역시 ‘공짜’에 익숙한 사용자의 지갑을 열기엔 역부족이다.

 SK텔레콤 측은 “자체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음악 다운로드 가격이 300원 이상은 절대 안 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으며 적정가격으로는 100원이 가장 많았다”며 “음악 콘텐츠 사업을 끌어가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KTF는 일단 소비자를 대상으로 ‘무료 MP3 음악 재생여부과 단말기 구입의 상관관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콘텐츠 관련 향후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숨 쉴 틈이 생긴 미디어팀은 11일부터 유료 음악 다운로드시 최고 수천만 원의 당첨이 가능한 복권을 증정하는 이벤트처럼 유료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번호이동성 제도로 7월부터 KTF 가입자가 타 이통사로 옮길 수 있게 되면 회사 내부에서 무료 MP3 재생으로의 정책전환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해 남모르는 고민은 커져만 가고 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