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유선전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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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전화 시장이 북새통이다. 이동전화로 통신시장의 중심축이 옮겨가는 바람에 파이는 줄어들지만 사업자는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로와 데이콤이 각각 시외국제, 시내전화 시장에 발을 들여 정면 충돌하면서 유선시장에 큰 진통이 예상됐다. 유선시장의 경쟁이 날로 격화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주파수의 배타적 이용권리가 보장되고 망개방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무선시장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여기에 위기인 유선사업자들이 최대한 짜낼 수 있는 데까지 짜내자는 위기의식까지 맞물렸다. 유선업계는 “방송이나 유무선 통합으로 유선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쟁자 늘어나는 유선시장=하나로통신, 데이콤, SK텔링크 등 신규사업자 진입으로 다양한 묶음 상품과 요금제가 등장할 전망이다. 특히 신규 수요보다는 기존 가입자 쟁탈전이 벌어져 정액제 유선전화 묶음상품 등 파격적인 서비스 등장이 관측된다. 하나로통신은 오는 23일 시범서비스를 시작으로 7월 시외 국제전화 서비스를 본격화한다. 회사측은 7, 8월 번호이동성제 서울 부산지역 시행에 맞춰 다양한 마케팅 공세를 시작할 채비를 갖췄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시외 국제전화로 각각 50억원, 320억원의 매출을 올해 올릴 계획”이라며 “맞춤형 묶음 상품 등으로 유선전화 이용시간을 늘리도록 하는 전략을 구상중”이라고 말했다. 데이콤도 9월 LG그룹을 대상으로 한 시범서비스를 제공하고, 내년 1월부터 시내전화 시장에 진입한다. 주로 기업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보라홈넷 등 개인가입자 DB를 최대한 활용하는 마케팅으로 개인시장에도 발을 들일 예정이다. 시외전화 라이선스를 딴 SK텔링크도 시내전화 부가서비스에 주력, 부가가치가 높은 지능망 서비스 중심으로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시내전화는 KT·하나로·데이콤 3개 사업자체제로, 시외전화는 KT·데이콤·온세통신·하나로통신·SK텔링크 5개 체제로 전환된다. 게다가 하반기에는 기존 유선전화 시장을 일부 잠식하는 인터넷전화(VoIP) 사업자도 다수 등장, 유선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는다.

 ◇줄어드는 유선시장=파이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지난 99년 7조8400억원이었던 기간통신사업자의 시내, 시외, 국제전화 매출이 2003년 5조53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99년 시장의 30% 가량이 사라져 버린 것. 시내전화는 5조4800억원에서 3조67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가입자도 1년새 2% 이상 줄어들었다. 시내전화 사업자들의 버팀목인 LM(유선에서 무선에 거는 전화)도 줄어드는 추세. 무선으로의 중심축 이동과 인터넷전화의 등장, 경쟁심화 등으로 뒷걸음질은 계속될 전망이다. 사업자들은 “고정된 시장에서 요금경쟁이 벌어질 경우 시장 축소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고심하는 사업자들=사업자들은 무선시장 진입과 방송사업 진입을 탈출구로 믿는다. KT는 KTF PCS재판매에 크게 의존한다. 유선사업자들이 휴대인터넷 사업권 확보에 목을 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IPTV와 위성케이블네트워크(SCN) 등 방송영역 진입도 끈질기게 타진한다. 하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특히 방송의 경우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산업 발굴을 위해 통신사업자가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융합서비스를 개발하도록 통신사업자에 대한 방송진입 제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발유선사업자들은 “최대 유선사업자이자 최대 통신사업자인 KT가 홈네트워크, IP브로드캐스팅 등 신규서비스 개발과 수요창출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KT총대론’도 제기했다. KT도 이러한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나 현실적인 제약에 어찌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