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나 PDA 같은 모바일 제품들이 기술 발전과 함께 모바일 멀티미디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우리 손안에서 멀티미디어 세상의 꽃이 피어나고 있다.
본래 멀티미디어를 가장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 곳은 고성능 PC와 네트워크가 갖춰진 사무실 환경이다. 여기에 ‘언제 어디서나’라는 유비쿼터스 개념이 더해지면서 모바일 멀티미디어의 발전 방향은 ‘컴퓨터에서 경험하던 기능을 모바일 제품에서도 가능하게’인 듯 하다. 기술 솔루션과 합리적 가격 그리고 고객이 가치를 인정하는 기능을 사업 성공의 핵심 요소라고 한다면, 모바일 멀티미디어는 충분히 확장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그럼 어떤 기술의 발전이 이를 가능케 했는가.
우선 무선 네트워크다. 무선망의 데이터 전송속도는 CDMA망을 기준으로 1x를 지나 EVDO로 진화해 휴대용 기기의 화면으로 컬러동영상을 보기에 충분해졌다. 둘째, 단말기내의 CPU 성능도 RISC CPU의 빠른 발전 덕분에 ‘200 MIPS’ 이상의 고성능을 작은 배터리로 동작할 수 있게 됐다. 셋째, 인터넷에서 정보를 받아오는 핵심 소프트웨어인 모바일 전용 브라우저도 꾸준한 기능 추가로 PC에는 못미치지만 멀티미디어의 상당 기능을 수행하기에 충분해졌다. 이 세가지가 제일 핵심적 요소였다고 생각하는데, 최근에는 데이터 저장용 디스크 드라이브도 2 기가바이트를 불과 0.8인치 크기에 담을 수 있는 제품까지 나오고 있다. PC와 고속 이더넷 환경에서 PC용 고성능 브라우저에 익숙한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인터넷을 접속, 많은 멀티미디어 기능들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시장 확산을 위해서는 기술보다 중요한 ‘고객이 가치를 인정하는 사용 기능(소위 킬러애플리케이션)’은 그 사이 어떤 발전을 했을까. 휴대폰의 멀티미디어는 초기에 음악을 다운로드해 듣는 정도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디지털카메라 수준의 사진을 주고 받거나 뮤직비디오 같은 동영상들을 마음대로 볼 수 있게 됐다. 또 3D게임에 스테레오 사운드까지 즐기는 수준까지 무한한 발전을 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기술과 기능의 비약적 발전은 휴대폰 시장이 올해만 5억대를 상회하는 엄청난 규모인 데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밝은 전망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다. 이제는 컴퓨터에서와 같이 휴대폰에서도 플랫폼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이고 이는 더 많은 디지털기술과 콘텐츠을 휴대폰 안으로 들어오게 할 것이다. 결국 컴퓨터와 휴대폰간의 간격은 좁아지고 디지털 컨버전스의 중심기기 경쟁도 뜨거워져가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두 제품군 사이에 있는 PDA의 미래는 어떨까. 두 제품 시장을 크게 잠식할 것이라는 당초 탄생때의 예상과는 다르게 자리 매김에 고전하는 형국이다. 기능은 노트북보다 열세고, 크기나 가격은 휴대폰에 비해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 새로 시작되는 두가지 신규 서비스 때문에 PDA가 급격히 주목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바로 위성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EBS 방송 서비스다. 방송과 통신이 결합되면서 무한한 콘텐츠의 공급이 시작되고 특히 모바일 환경에서 방송을 본다는 점이 화면 크기와 화질을 중요하게 만들어 PDA처럼 안정된 플랫폼에 2.4인치 이상 화면을 가진 기기들에는 최적의 시장 기회가 주어졌다고 본다. 국내에서 이처럼 비약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모바일 멀티미디어 사업이 결국 휴대폰이나 무선 통신 사업, 그리고 핵심 부품 분야에서의 국제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이영하 팬택앤큐리텔 중앙연구소장(전무) yhlee@curit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