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한국인을 게임사업 부문 요직에 배치하는 ‘코리안 용병술’을 앞세워 한국 게임개발사들과의 시너지 확대 경쟁에 나섰다.
이는 양사가 플레이스테이션2(PS2)와 X박스로 격돌하는 상황에서 날로 급성장하는 한국의 게임개발력을 자사 게임기에 적극 수용하고, 나아가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게임개발에 원활하게 활용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양사는 특히 지난달 미국 LA에서 열린 ‘2004 E3’전시회에서도 한국 개발사들과의 차기작 계획을 공동 발표하는가 하면, 일부 한국산 타이틀의 해외시장 출시 일정까지 구체화하는 등 달라진 한국 개발사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소니 ‘강진구 사단’ 본격 가동=한국 시장에선 일단 소니쪽이 한 발 앞서 움직이고 있다. PS2 누적판매대수 100만대 돌파 시점이 오는 8월로 바짝 다가섰기 때문이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는 최근 넥슨 출신의 강진구 씨(36)를 신설된 소프트웨어전략실장으로 영입, 게임사업 총괄 지휘를 맡겼다. 강 실장이 펼칠 사업은 SCEK와 계약된 한국의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2·PSP)용 타이틀 개발사(써드파티)에 대한 개발 지원과 정보제공이다.
PS2 게임기 판매와 시장확대에 진력해왔던 SCEK가 게임 개발에까지 발을 뻗은 것은 여러 가지 목적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한국 개발사에 대한 체계적 지원에 가장 큰 무게를 둔 포석으로 보인다.
강진구 실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무선인터넷 기술을 바탕으로 PSP용 한국산 게임의 성공사례를 꼭 만들고 싶다”며 “일본과 미국에도 한국 이름으로 팔려나가는 히트작이 만들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MS, 게임 최고결정 서열에 한국계 배치=MS는 E3 직후 한국계로서는 최고위직인 마이크로소프트게임스튜디오(MGS) 총괄로 한국계 셰인 김을 선임했다. 이번 선임은 MS가 한국 판타그램의 X박스용 게임을 9월 미국시장에 출시키로 발표한 직후 발표됨으로써 업계로부터 더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일단 시장에선 MS가 한국 개발사들에 쏟고 있는 관심의 정도가 그만큼 높다는 긍정적인 해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또 MS와 X박스용 타이틀 개발 계약을 하고 있는 한국 개발사들의 개발일정을 관리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총괄하고 있는 캔 심(한국명 심광은) 매니저 역시 한국인이다.
한국MS 관계자는 “한국인이 MS 게임정책의 요직에 두루 자리잡게 된 것은 개인적 역량도 역량이지만, 한국 게임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더 크게 작용한 것 아니겠는가”라며 “한국개발사에 대한 접촉과 협력도 더욱 확대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