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지상파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를 국제 표준으로 자리매김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파연구소, KBS 등은 한국 대표 자격으로 지난 4월말 열린 ITU 회의에 참석해 휴대방송 표준으로 지상파DMB 기고문을 냈다.
전파연구소 등은 오는 10월 열리는 ITU 회의때는 지상파DMB 권고 초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또 이달 15일에는 월드DAB포럼의 브라이언 알도스 회장이 한국을 방한할 예정이어서, 이 자리에서 지상파DMB의 국제 표준화 문제를 논의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따라서 우리 자체 규격인 지상파DMB가 국제 규격으로 채택됨은 물론, 향후 우리 표준의 해외 진출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김경미 전파연구소 연구원은 “ITU에 지상파DMB가 고속 이동시에도 동영상 수신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실증 실험 결과를 제출했다”며 “또 유레카147과 호환된다는 내용을 정확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10월에는 권고 초안을 ITU에 제출할 예정이며 이르면 내년말께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상파DMB는 본래 디지털오디오방송(DAB)에 기반해 동영상을 송수신하도록 만든 국내 자체 표준 규격이다. 그러나 지상파DMB기술이 상용화 가능한 수준까지 성장하자 그동안 DAB 보급 촉진을 위한 단체인 월드DAB측에서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지상파DMB단말기 개발업체의 한 사장은 “지상파DMB는 우리의 땀과 노력이 들어가 만들어낸 기술”이라며 “국내 상용화를 통해 실제 구현 모델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국제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상파DMB 규격 중 오디오의 경우 삼성전자의 BSAC를 채택해 관심을 끈다. 이는 원천 기술이 없어 해외 특허 사용료 공세에 시달리는 국내 산업계에 선례를 만들 전망이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DMB가 삼성전자의 BSAC를 사용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가 해외에 자랑할 꺼리”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통신쪽은 우리가 국제 표준에도 참가하기도 했지만 방송쪽은 그동안 남의 방식을 가져오기만 했다”며 “우리도 방송에서 표준과 규격을 내는 국가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라면서 “지상파DMB 국제표준화가 향후 해외 시장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