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위원회가 근절되지 않는 이동전화사업자들의 단말기 보조금 지급행위에 대한 시정조치로 또 영업정지라는 초강경 제재수단을 꺼내 들었다. 이런 초강수 제재는 지난 2002년 10월에 이어 두 번째로 1년 8개월 만이다. 하지만 이번 영업정지 기간은 첫 조치 때보다 일부업체의 경우 10일 정도 길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자들의 불법, 탈법 행위가 더는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고 정부로서도 엄중한 조치가 불가피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번 통신위 제재는 그간 수 차례에 걸친 정부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에도 불구하고 보조금 지급행위가 반복돼 나타난 결과라고 한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각각 290억원, 333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과징금 부과 이후에도 보조금 지급사례가 계속 적발되고 통신위가 수 차례 영업정지라는 경고메시지를 보냈는 데도 규제당국을 비웃듯 뒤돌아서서는 불법 행위를 지속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영업정지 조치는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자초한 부분이 일단 컸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단말기 보조금은 국내 단말기 제조업체의 빠른 성장과 이동전화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휴대폰 강국이 된 것도 보조금 지급을 통한 단말기 보급 확대가 바탕이 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사업자들의 과당경쟁에 따른 후유증, 단말기의 잦은 교체로 인한 과소비 조장, 자원 낭비, 로열티 지급 증가 등 부작용도 낳았다. 정부가 2005년까지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기로 법제화한 것도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바탕이 됐다. 또 보조금 지급이 수익기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동전화사업자들의 수긍도 있었던 사안이다. 사업자들의 자성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조치가 혼탁해진 이동전화사업자 간 과열경쟁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단말기 시장 위축을 가져와 휴대폰 제조업체나 유통업체에는 적잖은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수출비중이 큰 대기업체에는 영향이 적을 수 있으나 중소 휴대폰업체는 당장 매출에 지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체도 신규 가입이 중지되기 전까지 ‘임시개통’이란 대비책을 강구할 수 있지만 물량확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내수활성화가 지금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인 상황에서 비난이 있을 수 있으나 법 집행기관인 통신위로서는 당연한 조치라고 본다.
다만 문제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법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것은 보조금 지급 문제를 규제 위주로만 접근한다고 해결될 사안인가라는 점이다. 물론 이는 보조금 금지를 법제화할 때부터 논란이 많았던 사항이다. 보조금 판정기준도 문제다. 기업 마케팅상의 모든 혜택을 보조금으로 해석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범위와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번호이동성 제도가 순차적으로 시행되면서 리베이트를 활용한 보조금 지급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통신시장 질서를 바란다면 단말기 보조금 금지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이젠 보다 체계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보조금 지급이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해악이 더 많다면 정부 규제에 앞서 이동전화사업자들이 먼저 자제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사업자들이 기존 마케팅 관행을 벗어나 통화품질과 고객에 대한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를 거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