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위성통신업계 M&A `태풍`

세계 위성통신 업계에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유럽계 대형투자회사들이 앞다퉈 위성통신시장에 뛰어들면서 올들어 1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M&A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60년대 이후 각국 정부와 국영통신업체가 영향력을 행사해온 위성통신업계의 소유권이 민간 투자회사로 넘어가고 뒤이어 주요 위성통신 사업자간의 통합재편이 촉발되는 신호탄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위성통신·방송사업자인 인텔샛은 최근 모건스탠리, 메릴린치와 50억달러 규모의 매각협상을 시작했다. 29개 위성망을 갖춘 인텔샛은 전세계 600여개 통신사업자들에게 국제전화와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성통신업계 최대의 선두기업이다.

 지난 주말에는 미국계 대형투자펀드인 블랙스톤이 네덜란드의 위성통신업체 뉴스카이스를 9억5600만달러에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KKR는 지난 4월 미국 최대 상업위성업체인 팬암샛을 35억달러에 사들였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블랙스톤과 KKR, 두 회사는 인텔샛 인수전에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어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진영과 예측불허의 경쟁이 예상된다.

 유럽계 투자회사인 프레미라와 에이팩스 파트너는 지난해 12월 영국의 위성통신업체 인마샛을 15억4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대형 투자펀드들이 인텔샛 이외에도 여러건의 위성통신업체 M&A협상을 동시에 진행 중이기 때문에 향후 6개월안에 약 50억달러 규모의 인수계약이 더 성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투자펀드들이 위성통신 사업체를 인수하는데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위성통신서비스는 대부분 장기계약으로 현금흐름이 안정적인데다 업체간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투자펀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위성통신업계가 광통신 네트워크와 경쟁에서 생존하려면 반드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면서 투자펀드들은 위성통신업체간 합병에 따른 장기적 이익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몰려드는 투자자금에도 불구하고 위성통신업계의 합종연횡이 쉽게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이란 보수적 의견도 있다. 한 통신전문가는 “SES글로벌, 유텔샛 등 유럽계 위성통신업체는 각국 정부의 반대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투자펀드에 넘어갈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광통신망의 급속한 기술발전으로 위성통신보다 여러 면에서 경쟁력이 앞서기 때문에 낡은 위성을 교체하기 위한 신규 투자여력도 부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