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러플린 미 스탠퍼드 교수의 KAIST 총장 영입이 산너머 산인 모양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연봉 협상. 그러나 연봉 협상이 순조롭게 정리되더라도 겸직 문제 등 이것 저것 풀어야 할 숙제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벌써 ‘맥 풀린 러플린’이란 김빠지는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심지어 ‘한국행이 좌절된 브루노 메추 알 아인(UAE) 축구 감독 짝날 것’이라는 비관론도 조심스럽게 대두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외국인 KAIST총장 영입이 ‘하겠다고 마음만 먹어서 될 일’은 아닌 듯싶다.
최근 과학기술부 관계자가 러플린이 제시하는 연봉 액수를 듣고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는 소문이 흘러다닌다. 통상 국내에 영입하는 스포츠 스타도 최고 100만달러는 되니 그 정도는 예상했을 텐데도 놀랐다면 그보다 훨씬 더 큰 액수였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KAIST에 700억원의 특별예산 지원 요청설도 제기되고 있어 정부에 부담을 주고 있다.
겸직에 따른 과중한 업무 또한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4월 러플린은 포항공대 석학교수직과 아태물리이론센터 소장직을 3년 임기로 수락했다. 스탠퍼드대 교수직도 KAIST 총장직과 함께 6개월 간격으로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플린이 KAIST 총장직 외에도 사이언스코리아 운동 대표 등 최소 3∼4개 이상의 직책을 갖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래서는 어느 하나도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포항공대가 KAIST와 러플린을 나눠 가지려 할지도 미지수다. 게다가 항간에는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러플린이 한국행을 결심했다’는 소리까지 들리는 판국이다. 러플린의 영입을 시기하는 일부 세력이 만들어낸 말이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명확히 해명할 필요가 있을 듯싶다.
러플린과의 연봉협상에 실패해도 문제다. 국내 영입이 좌절된다면 공수표를 남발한 국가 망신이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가 협상 추진단을 KAIST 이사장과 기획처장, 과학기술부 관계자로 구성해 현지에 파견하고 첫 접촉에 나섰다니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길 기대하면서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경제과학부=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