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통신경제학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수식어가 붙은 경제이론은 대부분 규제를 합리화하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요즘 심심치 않게 나오는 ‘통신경제학’이란 말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경제학에 ‘텔레콤 이코니믹스’라는 학문은 없다. 이 말은 AT&T독점시기에 과연 산업발전을 위해 효과적인 경쟁체제 도입이 가능한지를 연구하다가 처음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나라에선 90년대 중반이후 통신요금 조정과 민영화바람을 타고 연구원들 사이에서 아름아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통신경제학이 최근 널리 회자되는 이유는 통신산업이 갖고 있는 특성과 함께 최근 복융합현상을 보이며 타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워낙 커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네트워크효과(쏠림현상)가 두드러진 분야라는 점, 그리고 장치산업의 속성이 강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통신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측은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의 논리에 맡기되 이 세가지 측면에서 정부 개입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첫째는 보편적 서비스, 둘째는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비대칭규제(유효경쟁), 셋째는 전체 IT산업 가치사슬의 최상단에서 산업을 견인하므로 투자장려책이나 사업자 구조조정시 정부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막연히 시장독과점(네트워크 효과, 쏠림현상)의 폐해를 줄이자는 취지로 통신경제학 운운하면 우리의 경우 신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규제이유를 종합해 볼 때 통신경제학은 궁극적으로 통신산업 내에서 시장경제를 위협할만한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정부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으로 해석해야 할 것 같다. 한마디로 통신산업을 완전히 자유방임형으로 맡겨놓았을 때 결국 시장이 독과점 구조로 이어져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고 이는 또다시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결국 시장경제의 폐해로 귀결된다는 주장에 근거를 두고 있다.

 문제는 통신경제학의 이론이 좀더 제대로 성립되기 위해선 규제정책의 세부 도구들이 새로운 환경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역동적인 시장에선 더더욱 그렇다. 이번 이통사들의 초유의 영업정지 사태가 그래서 더 아쉬운지 모르겠다.

<김경묵부국장 km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