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와 델이 세계 PC시장의 지존자리를 두고 치열한 선두다툼을 펼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올들어 PC업계의 두 거인은 상대방의 핵심사업에 치명타를 가하기 위해 마진을 고려치 않는 저가전략을 더욱 노골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두 회사의 출혈경쟁으로 지난 1년간 미국시장에서 일부 잉크젯 프린터 가격은 20%, PC 가격도 4∼6%까지 떨어졌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두 기업의 진검승부는 2년전 HP가 컴팩을 19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이미 예고됐다. 당시 HP는 컴팩인수를 통해 PC시장에서 선두 델을 따라잡는다는 목표하에 저가공세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HP가 컴팩을 인수한 이후 18개월동안 PC사업부의 마진은 0.8%에 불과했다. 하지만 PC시장에서 거의 수익을 남기지 않아도 자사 점유율이 40%에 달하는 프린터 시장에서 수익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 피오리나 회장의 전략이다.
이에 맞서 델은 PC가격을 더 내리는 맞불작전을 펼치고 있다. 회사측은 유통마진을 줄이는 영업구조 때문에 아직도 PC판매수익률이 8.4%에 달해 HP의 저가공세에 맞설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델은 PC시장의 선두를 지키는 한편 HP의 텃밭인 프린터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델은 미국 2위의 프린터업체 렉스마크와 손잡고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흑백 레이저 프린터 280만대를 팔아치웠다.
전문가들은 델이 초기 시장진입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며 원가 이하로 프린터를 팔고 있다고 분석한다. 델측의 한 관계자는 “비록 지금은 적자지만 향후 3년 뒤에는 프린터 본체와 잉크판매로 10% 수익률을 창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HP가 회사매출의 30%, 수익의 70%를 프린터사업에 의존하기 때문에 수익성을 고려치 않고 프린터시장에 진입하는 델의 존재는 HP에 적잖은 위협으로 분석하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