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기간은 89일.
오는 9월 7일로 예정된 ‘ITU텔레콤아시아 2004(일명 부산ITU)’의 시작과 함께 부산 정보기술(IT) 산업의 역사는 새롭게 쓰여진다.
정확히 88일 후인 9월 6일 오후 2시 30분, ‘역동적인 부산(Dynamic Busan)’을 기치아래 벡스코(BEXCO)에 울려퍼지는 개막식 팡파르 속에서 부산은 ‘세계 정보통신 중심지’를 향한 힘찬 달리기를 시작한다.
‘ITU텔레콤아시아’는 세계 최대의 정보통신 전시·학술 행사. 지역 텔레콤들이 아시아를 비롯해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아랍 등지에서 열리는 만큼 ‘ITU텔레콤아시아 2004’도 지역 행사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4년마다 열리는 월드텔레콤을 ‘통신올림픽’에 빗대고 텔레콤아시아를 ‘통신분야 아시안게임’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맞지 않는 표현이다.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다는 점에서 텔레콤아시아는, 개최 지역만 아시아인 올림픽인 셈이다. 세계 50개국에서 500여개 업체, 5만명의 관람객이 이 기간 중 부산을 다녀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규모도 결코 월드텔레콤에 뒤지지 않는다.
이번 ‘부산ITU’ 행사 역시 알차게 준비되고 있다. 전시회와 유스포럼, 통신개발 심포지엄 등 본 행사는 물론 한국의 사계를 IT산업의 발전에 비유한 환영 리셉션을 시작으로 10일 환송 리셉션까지 벡스코를 찾은 관람객들은 한국의 IT를 만끽하게 된다. 주최측은 “참가자들이 첨단 IT와 우리 전통예술의 합일을 실감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우리 정부와 부산시가 기울인 노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2002년 4월 정부가 부산을 유치지역으로 선정한 이래 같은 해 6월 정부 명의의 유치신청서 제출, 이후 지난해 3월 ITU 이사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1표차 박빙의 우세를 연출할 때까지 부산은 태국 방콕과 한치의 양보도 없는 격전을 벌였다.
그런 만큼 성공을 위해 정부와 부산시가 들이는 공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를 통해 참여정부의 지방분권화는 물론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 실현의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 역시 IT허브 구축 전략에 획기적인 계기인 동시에 침체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부산ITU’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부터가 엄청나다.
직접 효과부터 살펴보면 당장 행사장을 방문할 5만여 방문객들의 소비총액은 1320억원에 이르리란 추산이다. ITU 지출예상 비용 100억원을 합하면 1420억원이다.
여기에다 한국관광공사의 컨벤션산업 생산유발계수 1.3을 곱하면 ‘ITU부산’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18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관람객의 대부분이 경제적 여유가 있는 IT분야 바이어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간접효과는 더 크다.
우선 이번 행사는 ‘IT 한류’를 세계화하기 위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대회를 통해 IT 강국의 면모를 다시 한번 세계 만방에 떨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향후 첨단산업 분야에서 외자 및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는데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 IT시장에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가 차지하는 높은 비중을 감안할 때 이번 행사에는 세계적인 명사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돼 우리나라 IT업계 종사자들을 한층 더 고무시키고 있다. 주최측은 호주·필리핀·통가 등 아태지역 각국의 정상을 비롯한 고위 관료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 크레이그 배럿 인텔 CEO 등 세계 유수의 다국적 기업 CEO 30여명 이상을 초청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부산시는 이번 대회가 위축돼 있는 부산·울산·경남 IT 업계의 사기진작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부산·울산·경남 지역 400여개의 IT업체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세계 규모 전시회에 참여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업체들의 해외 진출 기반을 넓혀주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이 대회를 계기로 기술 및 정보교류에서부터 기술제휴나 해외 진출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들은 ITU대회가 단순히 기술의 경연장이 아니라 세계 IT업체들의 비즈니스 교류의 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열린 홍콩 ITU텔레콤아시아 참가자의 80% 이상이 신제품을 구매하거나 비즈니스 파트너를 접촉할 목적으로 참여했다고 밝히고 있다. 더욱이 참가 분야가 유무선 통신을 위주로 컴퓨터·네트워크 등이 총망라돼 있어 지역 중소 IT업체들의 참여도 제한을 덜 받는 편이다.
부산시는 이밖에 이 행사를 통해 부산의 전시·컨벤션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시면적만 1만6000평(약 5만3000㎡) 이상으로 벡스코의 전시설이 가동되며 국내 전시산업에 수백억원대의 ‘ITU 특수’가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부산의 전시관련 산업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월드컵 본선 조추첨이나 아시안게임이 이벤트성이었던 반면 ITU는 명실상부한 컨벤션 행사여서 높아진 부산의 인지도가 APEC 혹은 그 이후까지 이어져 각종 국제 행사 유치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부산시나 조직위가 볼 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부산 업계에서조차 이번 행사가 지역 IT산업 도약의 계기가 되기 위해 더 뜨거운 업계의 관심과 분발이 요구된다고 할 정도다.
IT분야는 물론 홍보·전시 분야에서 전문가들을 활용하는 체계가 다소 미흡한 점도 개막 석달을 남겨놓은 부산시와 조직위가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시는 남은 기간 동안 자원 봉사자와 전문인력 활용을 병행하는 것은 물론 민관간, 전담기구간 한층 더 긴밀한 협력, 나아가 시민들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더욱더 친근한 정보통신 올림픽을 치러낼 계획이다.
시와 조직위는 “부산의 역사는 ITU 대회 이전과 ITU 대회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말이 실현하기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부산=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