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기간통신 사업자인 도이치텔레콤(DT)이 미국에서 휴대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이치텔레콤은 2주 전 싱귤러와이어리스에 25억 달러를 지불하고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의 무선 네트워크를 전격 인수,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도이치텔레콤의 캘리포니아 및 네바다 지역 무선 네트워크 인수는 도이치 텔레콤의 미국내 이통 사업자인 T모바일이 싱귤러와이어리스와 지난 2001년 말에 네트워크를 공유하기로 한 합의 사항을 3년만에 파기한 것이다.
스테판 보쉬드 애널리스트는 “이번 무선 네트워크 인수는 도이치텔레콤이 T모바일USA를 독립적으로 계속 운영하겠다는 뜻이며, 매각이나 합병카드를 쓰지 않겠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번호이동성제도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T모바일USA의 최근 가입자 증가 추세는 다른 경쟁업체들을 훨씬 뛰어 넘는다. 이에 따라 T모바일USA는 네트워크 확장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싱귤러는 이번에 일부 네트워크를 매각하더라도, 현재 인수가 진행중인 AT&T와이어리스를 통해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다는 게 통신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이번 인수로 T모바일USA는 미국 모바일 시장에서 성장의 발판을 확실히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은 휴대폰 보급률이 55%에 불과해 80퍼센트를 넘는 유럽지역과 비교할 때 성장 여력이 많다. 특히 17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의 네트워크를 인수한 것은 T모바일USA가 미국 핵심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T모바일USA는 이 지역에서 신규 가입자를 20% 정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싱귤러와 AT&T 합병이 마무리되면 T모바일USA는 미국 3G 시장의 유일한 GSM 사업자가 된다는 점도 호재다.
전문가들은 T모바일USA가 모기업인 독일 T모바일사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2002년 회장이 바뀐 이후 최대 규모인 25억달러 투자를 했다는 것 외에도, 한때 포기하려했던 미국 시장에서 재기에 성공하며 자신감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도이치텔레콤은 미국 시장 강화를 위해 T모바일USA의 가입자를 연내 1600만명까지 늘리고 10년 후 최대 3500만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같은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매년 24∼31%의 성장을 이뤄야 하기 때문에 목표 달성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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