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고 오이밭에서 신발끈 매지 말라.’ 최근 정부가 전자무역 강국을 건설한다는 목표 아래 새로운 전자무역 인프라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KTNET은 지난 12년간 우리나라의 전자무역 인프라를 전담, 구축·운영해 오면서 무역 관련 업계로부터 ‘독점’이라는 눈총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e트레이드 강국 구현을 위한 전자무역 플랫폼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이를 주도하는 산업자원부는 최근 중복투자를 줄이고 비용도 최소화하기 위해 KTNET이 보유한 기존 인프라를 기반으로 새 플랫폼을 구축키로 확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결정에 대해 그동안 전자무역 인프라 사업에 참여를 희망해 왔던 SI업체나 무역솔루션 업체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세계 IT 기술의 흐름은 일찌감치 인터넷이란 조류를 타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의 전자무역 인프라는 KTNET의 VAN기반 EDI망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것이 독점의 폐단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산자부의 결정으로 전자무역의 미래도 낙후된 인프라를 토대로 그려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산자부는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되 운영주체는 확정하지 않은 만큼 KTNET 외에 별도의 업체나 기관이 선정될 수 있다”며 기득권살리기의 의도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해 당사자인 무역협회나 KTNET은 억울하다고 말한다. 지난 10여년 간 전자무역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800여억원을 투자하는 등 전자무역 활성화에 기울인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관련업계에선 운영업체로서 KTNET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TNET 내부에서조차 “설령 KTNET이 운영주체로 되더라도 예전 같은 독점적 위치를 갖지 못하도록 경영과 지배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정녕 산자부는 업계의 의혹과 지적을 받기 전에 현명한 대안을 마련하긴 어려웠던 것일까.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