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e러닝 분야에서 뜻깊은 해가 될 것 같다. e러닝을 통한 지식기반사회로의 전환과 산업경쟁력의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하나 둘씩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산업자원부에서는 e러닝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e러닝(전자학습)산업발전법’을 제정했으며, 현재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을 준비중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도 ‘2·17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핵심전략 수단으로 e러닝을 도입하는 등 관련 부처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선진국들은 앞다퉈 e러닝 산업 활성화를 국가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국제 e러닝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미국에서는 표준화를 통한 e러닝의 국가적 확산 및 이용촉진을 꾀하고자 국방부 주도로 ADL(Advanced Distributed Learning)이라는 전담기구를 설립, 운영하고 있으며, 영국은 STARS(Superhighway Teams Across Rural Schools) 프로젝트, 일본은 e재팬 등의 e러닝 관련 정책들을 집중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각 부처에서 e러닝에 관련된 법·제도를 만들고 개선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법·제도적인 변화를 통한 e러닝 활성화는 대중매체 및 인터넷을 통한 변화의 속도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법·제도적인 변화 이전에 이미 대중들은 EBS수능강의 같은 e러닝 서비스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e러닝 기술 표준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e러닝 표준화는 실현되고 있다.
지난 4월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교육정보 메타데이터 표준인 ‘KEM(Korea Educational Metadata) 2.0’이 산업표준심의회 SC36(교육정보기술표준화위원회) 전문가 그룹의 기술 심사를 통과해 현재 약간의 보완 및 행정절차를 남겨둔 상태로 KS획득을 눈앞에 두고 있다. ‘KEM 2.0’의 KS 기술심사 통과는 국내 교육기관에서 쓰이는 메타데이터의 국가 표준 획득이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메타데이터는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로 인터넷에서 공유·유통되고 있는 디지털 자원에 대한 ‘주민등록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메타데이터는 데이터의 저장, 검색에 유용하다. 정보의 양이 많아질수록 정보관리자들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자료를 저장하고 찾을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메타데이터다. 메타데이터는 디지털 정보에 대한 공유·유통을 가능케 하는 표준화의 기반 기술로 선진국에서 그에 대한 표준 선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타데이터의 표준을 통해 자국의 e러닝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호주에서는 ‘EdNA’, 미국은 ‘GEM’ 및 ADL의 ‘SCORM’, 캐나다는 ‘CanCore’, 영국은 ‘CETIS’ 등을 통해 범국가적인 메타데이터 표준 제정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인 흐름에서 ‘KEM 2.0’의 국가 표준 제정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e러닝 표준을 만드는 데 앞서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는 3년여에 걸친 현장 적용과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작업을 통해 말보다는 실천으로 준비해온 e러닝 표준화 기반 기술 연구의 개가라 할 수 있다.
현재 많은 연구소 및 기업에서 e러닝 기반 기술 및 표준화 기술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는 e러닝 원천 기술의 확보를 통한 기업 및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목표의식과 사명감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의 정책적인 지원 없이는 이러한 원천 기술은 단지 ‘한번 해보는 실험’에 그치기 쉽다. 현재 정책적으로 지원을 받지는 못하지만 언젠가는 이들의 노력의 결과가 제 2, 제 3의 KEM과 같은 국가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이라 기대한다. 물론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지원이 있다면 그 결과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할 만큼 큰 결실로 돌아올 것이다.<서영석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수석연구위원 young@keri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