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일보의 인터넷 ‘논객’부터 ‘디시인사이드’의 ‘폐인’까지.
네티즌들의 정치·사회·문화 참여의 최전선에서 사이버 담론을 형성해온 이른바 ‘넷피니언 리더’는 어떤 계보를 갖고 있을까.
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소장 김문조)가 정보문화의달을 맞아 11일 ‘한국 정보문화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개최하는 학술 발표회에서 민경배교수(경희사이버대 NGO학과)는 90년대 후반 ‘인터넷 논객’부터 오늘날의 ‘폐인’으로 발전한 넷피니언 리더의 계보와 변화상을 짚어볼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민교수가 제시한 넷피니언 리더의 계보를 엿보면 △ 90년대 초반 화려한 글 솜씨와 탄탄한 논리로 무장하고 PC통신 게시판을 무대로 활동하면서 마니아 독자들을 거느린 ‘통신스타’로서의 논객 △ ‘딴지일보’ 등 90년대 후반 등장한 독자적 인터넷 웹진의 논객 △정치인, 문화평론가 등 오프라인 지식 시장의 명망가들로 대변되는 2세대 논객 등으로 변화를 거듭했다.
특히 민 교수는 오늘날 능동적 참여 문화 형성에 앞장서는 인터넷 ‘폐인’은 과거 PC 통신 시절부터 노트북, PDA 등 정보통신 동호회 및 자료실에서 적극 활동했던 선구자로부터 출발해 디지털 카메라 전문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를 거쳐 오늘날 보다 폭넓고 대중화된 네티즌으로 발전하면서 사회 변화의 동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넷피니언 리더로서의 논객과 폐인을 분석하면서 이 둘은 △ 인터넷 공간의 핵심 소비자 △ 기성 제도 및 규범의 틀을 벗어난 자유로운 일탈과 전복 추구 등의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한다.
첫 번째 차이는 논객이 글로써 독자들을 설득하려 한다면 폐인은 단지 이미지로 표현하고 독자들의 이해를 직접적으로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 두번째는 다양한 견해들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논객이 다양성의 문화에서 동질성의 문화로 변모해간 반면, 폐인은 그 반대의 양상을 띤다고 민교수는 지적했다.
세번째 차이는 논객이 주로 개인 플레이에 의존해 스타급 논객을 배출하기도 했다면 폐인은 개개인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움직이는 이름없는 대중으로서 집단 플레이를 한다는 점 등이다.
민 교수는 “인터넷 여론 주도층이 서서히 논객에서 폐인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면서 이들의 자유롭고 기발한 발상이 건전한 생산 소비자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며 “지난 2002년 이후 엄청난 네티즌 파워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폐인이 지닌 새로운 의미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