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W개발업체는 신용불량?

지난 10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의실에서는 다소 비장한 분위기로 출범한 단체가 있었다. 국내 중소 소프트웨어업계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중소SW사업자협의회’가 바로 그 단체다. 설립총회는 조용했으나 행사를 마치고 가진 식사 자리에는 소프트웨어업체 사장들의 강도 높은 성토가 쏟아졌다.

 한 업체 사장은 “대출을 받으러 거래은행에 갔더니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는 옐로우(요주의업체)등급으로 분류돼 담보가 없으면 대출이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수년째 무리없이 회사를 운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전체와 함께 싸잡혀 소위 신용불량업체로 낙인찍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는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또 다른 업체의 사장은 은행 대출을 못 받는 것은 보통이고 필요자금을 감당하지 못해 도피생활을 하고 심지어 자살까지 운운하는 현실에서 과연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미래를 찾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물론 벤처붐이 일 때 조립PC 몇 대만 갖춰놓고 자금을 끌어들인 많은 소프트웨어업체들이 무너지면서 여기에 데인 은행들의 이 같은 방침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은행 관계자는 “공장도, 건물도, 상품도 없는 소프트웨어업체에 대출을 해주기는 담당직원에게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며 “찾아오는 소프트웨어업체의 95% 이상은 대출을 못 받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소득 2만달러 시대로의 진입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소프트웨어를 손꼽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직면한 상황은 ’심각’ 그 이상이다. 거품이 많은 업체들이 상당수 정리되고 이제 기술력 있는 업체들이 남아 국내 SW산업의 희망을 찾아보려 하지만 탈출구는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

 수요처에서는 국산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을 달리 가지고 정부에서도 현실성 있는 정책을 통한 실질적인 국산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에 나서야 할 시기라는 게 업체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하루 빨리 지식정보화 시대에 첨병이라 일컬어지는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신용불량 요주의 기업이 아니라 우량기업으로 자리잡길 기대해 본다.

 <컴퓨터산업부·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