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해외 EB발행 성공할까

이용경 KT사장이 내년초 만기인 1조6000억원대의 해외 교환사채(EB)를 갚기 위해 7억달러 규모의 무기명식 고정금리부 달러표시 사채를 발행키로 하고 이를 팔기 위해 12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마디로 빚갚기 위해 또다른 빚을 꾸러 간 것이다.

외면적으로는 해외 기업설명회(IR)를 겸한 컨퍼런스 참가다. 메를린치가 주관한 ‘글로벌 이머징 마켓 컨퍼런스’와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개최하는 ‘타종식(Closing Bell Ceremony)’에도 참가한다. 자연스런 캐주얼 복장으로 해외 투자자들과 일대일 미팅도 갖는다.

그렇지만 이 사장이 정작 할 일은 부채 상환용 사채를 해외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비싸게 팔고 오느냐다. 1월에 마이크로소프트웨(MS)에 갚아야할 5700억원과 4월에 국내 채권자들에게 상환해야할 1조원을 준비하려면 이번에 어느 정도 밑그림을 갖고 와야 한다. 더욱이 미국 대통령 선거가 11월이어서 앞당겨 사채를 팔아야 한다. 정치변수 등을 고려한 투자자들은 보수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문제는 KT가 해외 투자자들에게 내밀 당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MS는 당시 미래 신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 제휴 차원에서 KT의 손을 들어줬지만 지금은 신사업 전망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불투명한 규제도 해외 투자자들을 움추리게 한다. 외국인 지분제한 뿐만 아니라 보편적서비스 분담금 감소나 접속료 문제, PCS 영업정지 등 규제이슈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평가도 관건이다.

KT 관계자는 “현금흐름 척도인 EBITA도 나쁘지 않아 당장 부채 상환엔 무리가 없다”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KT의 가치를 얼마나 쳐줄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