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 등은 휴대 및 이동 방송에 관해 DMB를 중심으로 지난 수년간 논의를 지속해 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도 구체적이며 치밀하게 준비해 이제 새로운 신규 방송 서비스인 DMB는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노키아가 주도하고 있는 DVB-H 방식에 대한 논의가 도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DVB-H 도입 주장은 위성DMB 부문 사업자 선정이 오는 9월 이뤄질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경쟁 매체인 지상파DMB를 타깃으로 하고 있어 매체간 공정 경쟁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를 믿고 수년간 지상파DMB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사업자들은 갑작스런 DVB-H 도입 주장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DVB-H를 옹호하는 입장은 DVB-H가 DMB보다 채널수용도에서 2배 이상 뛰어나고 안테나 길이와 전력소모량 등에서도 월등하며, 상용화 가능시기도 그리 늦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중요한 몇 가지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첫째는 기술표준 이슈다. 과연 DVB-H가 뛰어난가 또는 DMB가 열등한가를 짚어봐야 한다. DVB-H는 전송 부분만 규격화된 미완의 규격일 뿐이며 그나마 상당한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전력절감 기능에서 DVB-H가 DMB 대비 10분의 1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도 일반 방송환경에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안테나 길이도 고품질제품 채택시에는 DMB에서도 해결할 수 있다.
둘째는 상용화 시기다. 위성DMB사업자 선정이 이뤄지는 9월경 지상파DMB 서비스 개시나 최소한 사업자 선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장은 사실상 위성DMB가 석권할 수밖에 없다. 이동형 방송 시장에서 지상파는 더는 설 땅이 없게 되는 것이다. DVB-H는 이러한 상용화시기에서도 취약성을 드러낸다.
DVB-H 진영에서는 상용화 시기가 DMB에 비해 6개월∼1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표준화 사례로 볼 때 적어도 2∼3년은 소요된다는 게 정설이다. 반면 지상파DMB는 지금 당장 상용화할 수 있으며 단말기제조사 역시 9월 출시를 약속하고 있다.
세째는 산업적 이슈다. 기업들이 지난 3년 동안 DMB 기술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8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삼성과 LG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수십여개 중소·벤처기업의 투자 역시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이들은 대부분 정부 정책을 믿고 사활을 건 승부처로서 DMB사업을 선택했다. 따라서 DVB-H 논쟁이 계속돼 이동멀티미디어방송의 상용화가 지연될 경우 나타날 기업도산 등에 대한 책임 소재도 명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또 DVB-H가 도입될 경우 단말기 부문에서만 16조원 이상의 기회손실이 발생하고 기타 장비시장, 기술료 등에서도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방송서비스와 콘텐츠 부문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DMB는 이미 우리 기술력으로 제품생산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데 반해 DVB-H는 거의 모든 부품이 해외 기술로, 기술 종속 우려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은 포기해야 할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신규시장과 고용 창출 등의 경제 기회는 기술의 우위가 보장해 주지 않는다. 기술보다는 오히려 서비스 내용과 소비자 선택이 시장 활성화의 관건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기술력을 앞세우는 DVB-H 방식이 수년간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의 비용과 열정이 담긴 지상파DMB의 발걸음을 주춤거리게 할 이유가 없다.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
*이글은 본지 6월7일자 이효성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이 ‘월요논단’에 쓴 ‘이동수신방송과 정책결정’에 대한 반론입니다. 이글에 대한 재반론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