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SEK2004

우리나라 IT산업 전문전시회의 대명사로 정착된 SEK가 올해 벌써 18주년을 맞았다. 1987년 컴퓨터/소프트웨어 전시회라는 다소 옛스러워 보이는 이름으로 시작된 SEK는 IT산업의 태동기를 거쳐 지금은 한국의 경제를 짊어진 성년에 이르기까지 족적을 같이 해 왔다. 다양한 기능을 갖춘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신제품이 SEK를 통해 선보였다. 전시회와 함께 진행되는 세미나나 전문 콘퍼런스 등을 통해 국내의 우수한 기술들이 대거 소개됐다.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소프트웨어기업으로 확고한 위치를 굳힌 한글과컴퓨터나 핸디소프트 등이 SEK를 통해 자양분을 흡수했다. MS를 비롯한 다국적기업들은 각각의 신제품을 한국의 사용자들에게 가장 먼저 알리는 발표장으로 SEK를 활용해 왔다. SEK가 지금의 명성을 얻은 것은 한국의 IT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워보자는 국내외 IT기업들의 땀과 열정을 관람객들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전시회였기 때문일 것이다.

 IT산업과 고락을 같이해 온 SEK가 18년만에 새롭게 옷을 갈아 입는다. 그동안 컴퓨터/소프트웨어 전시회라는 이름의 SEK가 국내 최대의 IT종합전시회라는 명성에 걸맞게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물론 정보통신 서비스 네트워크, 디지털기기 및 콘텐츠 등 첨단 IT분야를 아우르는 IT종합전시회로 면모를 일신했다.

 기술의 복합화·융합화가 급진전되고 있는 IT산업의 트렌드를 반영한 당연한 변신이다. 아예 주제도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IT신성장동력으로 정해 2만달러 시대 진입을 위한 IT산업의 역할을 조명해보겠다는 강한 의욕을 내보이고 있다. 메인테마관을 비롯한 스토리지, 닷넷, 네트워크 등 분야별 7개 특별전시관을 마련한 것도 이 같은 배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개인들의 소비가 줄어들고 기업들의 투자가 전면 동결되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IMF보다 더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렇지만 우리는 IT산업을 앞세워 IMF라는 큰 파고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오늘이 과거의 연장선상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또한번 IT를 기치로 사상 최대의 불황이라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우리 모두 22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SEK에서 그 가능성을 찾아보자.

 <양승욱 컴퓨터산업부장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