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IT포럼]남북 정상회담 4주년을 맞아

2000년 6월, 분단 55년 만에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공동인식을 통해 남북이 상생의 길로 함께 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해교전, 대북송금 논란, 북핵문제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정상회담 이후 우리가 직면한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그러나 정상회담 후속조치로 시행된 장관급회담과 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의 정례화 등은 상생적 남북 경제협력이 방향성을 잡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큰 평가를 받고 있다.

 남북 경제협력은 정치적 기류에 의해 좌우되지만, 역으로 볼 때 안정적 평화기반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경제협력과 정치적 환경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급한 것은 상생의 파트너인 북한의 경제회복일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은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IT산업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경제협력에서도 IT교류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 이후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의욕적으로 추진된 IT교류협력은 북미관계의 불안정성과 북한 인력의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 부족, 북한 진출기업의 단기적인 성과 지향 등으로 인해 정체되고 있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다시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IT교류협력이 경제협력의 핵심 축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청사진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기본적으로 남북 IT교류협력 사업을 포함한 경협사업은 상호 이해와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기존 IT교류협력을 비롯한 남북 경제협력사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상호간 ‘다른 것’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부족과 사업을 통해 서로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신뢰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호 이해와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북 IT인사들이 자주 만나는 기회를 가져야 하며 북측 인력을 대상으로 한 시장경제 교육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에 대한 국내 제조업체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지만 입주할 수 있는 기업의 수가 제한돼 있는 까닭에 몇몇 IT기업이 개별적으로 개성공단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IT부문의 전후방 효과나 남북간의 시너지효과 극대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 진출을 희망하는 IT기업들을 묶어주고 남북한 IT산업화 모델을 구체화할 수 있는 북한 내 대규모 IT산업단지 조성에 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남북간의 정보격차 해소도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다. 북한의 정보화 수준은 우리 수준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 만약 이런 상태로 남북 정보격차가 심화돼 간다면 통일이 되더라도 남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 지식정보화라는 커다란 비전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남북 평화번영과 통일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IT교류협력을 추진함에 있어 민간과 정부의 상호 보완적 역할분담을 통한 유기적 협력관계 구축도 중요하다. 어떤 경제협력사업이든 민간 또는 정부 어느 한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민간은 교류협력의 첨병역할을 수행하면서 남북의 물꼬를 트고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가운데 알차게 내실을 다질 수 있다. 이 같은 보완적 행보를 통해 대북사업의 불확실성, 바세나르 및 미 수출입규정의 제약, 북한 정보통신 인프라의 미비 등 IT교류협력의 장애를 극복하는 데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미래는 ‘통일’과 ‘IT’라는 두 개의 키워드에 의해 발전하고 거듭날 것이다. 통일은 갈라진 우리민족이 다시 화합하고 단결해야 하는 역사적 소명이고, IT는 통일된 우리민족이 세계 으뜸의 국가를 건설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과 방법이기 때문이다. 북한을 평화번영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IT교류협력 활성화를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역사적 소명의식을 되새기는 것, 통일된 민족의 IT강국 건설을 염원하는 한 사람이 지난 ‘2000년 6월 15일’을 되돌아보는 의미다.

◆이주헌 통일IT포럼 회장·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johnlee@kis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