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디지털 혁명을 한마디로 ‘디지털화’라고 규정한다면, 21세기 디지털 혁명의 화두는 ‘디지털 컨버전스’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네트워크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세상이 디지털로 하나 되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디지털 컨버전스를 예견하고 이에 매우 능동적으로 대처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정부 주도 하에 보급형 PC사업을 추진해 디지털 환경의 접점이 되는 PC 보급률을 크게 확대시킴으로써 각계 각층의 국민이 디지털로 표현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통신의 개인화 및 모바일화 실현을 위해 세계 최초로 CDMA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이동통신시스템을 구축하고 세계 수준의 높은 이동전화서비스 보급률을 달성했다. 2001년에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시작한 방송망의 디지털화 또한 디지털 컨버전스의 실현에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담당했다.
정부가 작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IT 차세대 성장동력은 바로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를 주도하고 발전시킴은 물론 이를 국가 경제 성장과 경쟁력 강화로 연계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현재 정보통신분야의 9대 IT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한 지능형 로봇, 홈네트워크, 차세대 PC, 차세대 이동통신, 디지털 콘텐츠, 시스템온칩, 텔레매틱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디지털 TV 등은 모두 디지털 컨버전스의 핵심기술이거나 디지털 컨버전스에 의해 가능해질 제품들이다. 정부주도의 신성장동력 발굴사업 외에도 현재 한국의 수출시장 확대에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는 제품인 휴대폰은 고해상도의 디스플레이, MP3, TV 수신카드, 디지털 카메라, 그리고 캠코더의 기능을 동시에 제공하는 디지털 컨버전스 계열의 상품이다. 이 외에도 한국에서는 모든 이동통신사업자와 시중은행이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고, 통신회사의 경우 유무선 융합의 대표적 상품으로 원폰서비스 출시를 서두르고 있으며, 위성 DMB 서비스의 제공이 이뤄지고 있는 등 서비스 시장에서도 디지털 컨버전스의 발전이 지속되고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에 따라 생성되고 있는 이 새로운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국민소득 2만달러는 순조롭게 달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국가전략의 핵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컨버전스 전략의 세계적 성공을 위해서 우리 국민과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현재 이러한 디지털 컨버전스의 구현 능력이 세계 어느 선진국과 비교해 봐도 손색이 없는 수준에 올라 있다. 초고속 인터넷과 이동복합단말기의 보급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인프라적 우위는 무엇보다도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국민 성향이 그 원동력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디지털 컨버전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우선 신속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디지털의 핵심은 창조와 속도라는 말이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를 선도해 나가기 위해서 개인, 기업, 국가는 모두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신속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큰 디지털 컨버전스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정부는 통신과 방송, 금융과 통신간의 교차진입을 허용하는 등 컨버전스와 관련된 법, 제도를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정책 역량 역시 범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성장 동력사업 등의 성공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관련 부처들의 긴밀한 협력과 역할분담을 통해 정책추진 및 기술개발전략을 일원화하고 기업과 관련협회,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산·관·연 협력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컨버전스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개인과 기업 그리고 국가의 운명이 좌우된다. 따라서 디지털 컨버전스가 주는 기회와 위협을 정확히 인지하고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기울여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김동선 경원대 석좌교수 dsk091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