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업계 "수익개선 비상구를 찾아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최근 1년간 초고속인터넷시장 가입자 변화 추이

하반기 기간통신 역무 지정을 앞두고 있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지난 1년여 간 뚜렷한 시장정체와 점유율 구도 고착화로 완전히 굳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갈수록 늘어나는 대용량 인터넷 환경에 대한 수요로 이용량(트래픽)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기존 사업자들의 네트워크 투자비는 점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인수합병(M&A)이나 홈네트워크 등 신사업의 조기 활성화 같은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한계에 묶인 시장에서 사업자들의 수익구조는 현저히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질성장 제로=정보통신부는 15일 지난 5월 말 기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동향을 집계 분석한 결과, 전체 가입자 1156만8472가구로 1년 전 같은 시기에 비해 불과 54만8000여 가구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가입자 기준 시장성장률이 5%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매년 가구증가율을 고려할 때 완전히 시장포화 상태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2년 전인 지난 2002년 5월 말 857만명이었던 전체 가입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시기 1109만여 가구로 1년 만에 무려 28% 이상 급신장했다.

 ◇굳어져버린 시장구조=특히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최근 추이는 사업자별·이용환경별 점유율 구도가 완전히 고착화되는 양상이어서 시장의 질적 변화가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5월 말 현재 점유율 48.5%였던 KT는 올초 50%를 돌파한 뒤 50.6%선에서 맴돌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같은 기간 점유율 26.9%에서 23.9%로 3% 가량 줄어들었고 온세통신도 1% 정도 축소된 것을 빼면 두루넷·드림라인·데이콤 등 주요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점유율 변화는 소수점에서 근소한 차를 보이고 있다. 대신 최근 몇년간 지역 초고속인터넷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들어간 종합유선(SO)·중계유선(RO) 사업자들은 지난 1년간 점유율이 4.1%에서 6.4%로 늘어나, 경영난을 겪었던 후발 통신사업자들의 몫을 대부분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환경 측면에서도 지난해 5월 말 56.5%에 달했던 전화선(xDSL) 사용자 비중은 지난달 말 현재 57.4%로, 34.3%였던 케이블모뎀 사용자 비중은 34.4%로 드러나 지난 1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자 구도나 이용환경 등 모든 면에서 시장구조가 역동성을 상실한 셈이다.

 ◇멀게만 느껴지는 탈출구=이에 따라 올해 전체 시장규모가 4조여원 가량으로 추산되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홈네트워크·유무선통합(휴대인터넷, 무선랜) 등 신규 성장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한 갈수록 치열한 시장경쟁과 지속적인 설비투자 부담 때문에 사업자들의 고충이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또한 M&A 등 시장구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을 경우 사업자들 간의 이전투구 양상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가입자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KT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초고속인터넷 사업에서 흑자를 기대하고 있는 정도지만, 눈에 띄게 늘고 있는 트래픽을 소화하느라 설비투자 부담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KT의 경우 지난 2002년 말 8만9400Mbps였던 백본망 트래픽은 현재 20만8600Mbps로 2년도 채 안돼 배 이상 급증했고, 이에 따라 백본용량도 19만Mbps에서 48만9000Mbps로 거의 세배 가까이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자체가 완전히 멈춘 가운데 각종 멀티미디어 수요가 폭증하면서 사업자들의 투자부담은 늘고 수익성은 나빠지는 악순환의 조짐”이라며 “시장 구조조정이 아니면 신규 부가서비스나 탄력적인 요금제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이마저도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