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 공무원은 없었다

‘APEC 전자상거래 박람회’ 개막 하루 전인 지난 14일 옌타이의 전시장. 행사요원들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다음날 오전에 치러질 개막식에 중국 정부 최고위층 가운데 한 명이 참석한다는 전갈을 받고부터 각종 물품 반입이 중단되고 애초 예정 목록에 있는 장비만 반입이 허락됐다.

 각국 전시참가 기업들에는 개막 예정시간보다 1시간 앞선 오전 8시까지 모든 준비를 완료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주최 측은 지방 소도시에서 열리는 행사에 중앙정부의 최고위 간부가 참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들뜬 표정이었다. 행사에 참가한 우리나라 기업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의 높은 관심도에 놀라워했다.

 이외에도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보여준 열의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우리나라 기업을 위해 옌타이시는 버스를 제공하는 한편 한국어에 능통한 행사요원을 전담배치시켜 행사 준비는 물론 중국에 입국하는 공항에서부터 호텔 투숙, 식사까지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우리나라 고위 관계자들의 공항 입국 심사 전에 시의 부국장이 직접 꽃다발을 들고 마중하고 식사 대접과 차량 지원까지 나서면서 자신들의 한국기업 유치 계획과 전자상거래 사업정책 등을 소개하는 데 열중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아시아·태평양 20여개 국가가 참여하는 이번 행사에 한국 공무원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애초 산업자원부 공무원이 박람회 참가와 함께 ‘APEC 전자상거래 고위층 포럼’에서 우리나라의 전자상거래 정책과 시장 현황 등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바쁘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사정이야 어쨌든 우리나라 전자상거래를 알릴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박람회에 참가한 우리나라 기업 관계자는 “우리가 수년 전부터 전자상거래 사업을 추진해 중국보다 앞선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공무원들의 적극적 자세를 보면서 앞으로도 이들을 앞지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장에서는 한국기업 도우미로 파견된 중국 공무원이 유창한 한국어로 “불편한 점이 있으면 무엇이든 말씀해 주십시오. 당장 해결해 드리겠습니다”라고 소리높여 외치고 있었다.

  <옌타이(중국)=경제과학부·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