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 최대 현안인 지상파TV 재송신 관련 채널정책의 윤곽이 드러났다. 방송위원회가 내년부터 위성방송의 지상파TV 재송신과 서울지역에 한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경인방송(iTV) 역외 재송신을 허용하고, 각 지역 SO의 역내 지상파TV 재송신을 의무화하는 형태로 채널정책의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아직 초안이기는 하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으로 본다. 위성방송이나 케이블TV의 탄생 배경 가운데 하나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TV 난시청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고 또 지상파 방송이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본적 권리이자 보편서비스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사실 지상파 방송 재송신 문제는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가 2001년 출범할 때부터 제기된 사안이다. 하지만 그간 중앙 지상파 방송사·지역 지상파 방송·케이블TV·위성방송 등 4개 기관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4년째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논란을 벌이고 있을 정도로 방송계 최대 현안이었다. 더욱이 오는 9월께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개시될 경우 시청자 복지, 뉴미디어 육성, 매체간 균형발전 등과 관련한 논란까지 불러올 수 있는 등 더욱 큰 문제로 발전할 소지마저 높다.
이번 채널정책 초안은 이러한 기관별 이해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절충안의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방송계 해묵은 과제 해결이 기대된다. 위성방송이나 SO가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하는 데 있어 권역 준수를 기본 원칙으로 하고 해당 지역 민영방송의 재송신을 의무화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이어서 수정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이 초안이 그대로 확정할 경우 무엇보다 위성방송이나 케이블TV 시청자들은 채널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 틀림없다. 특히 스카이라이프로서는 가입자 확보에 최대 걸림돌이 제거됨으로써 케이블TV와 본격적인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때문에 경쟁매체인 SO들이 이번 지상파 재송신 정책 초안에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금까지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전송 문제가 나올 때마다 가입자 잠식을 우려한 SO들이 ‘생존권 확보’ 논리를 내세운 실력행사로 저지해왔고 이런 인식이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iTV 역외재송신도 서울지역에 국한하기는 했지만 기존 서울지역 민방의 반발과 타지역 민방의 차별적 대우에 따른 불만도 살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제 지상파 재송신 논란에 대해 결론을 내릴 때가 됐다고 본다. 인터넷을 통해 어디서든 지상파 방송을 시청할 수 있고 통신·방송 융합현상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을 정도로 방송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는 마당에 이를 지루하게 끌고 간다는 것은 방송산업 발전에도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지상파 재송신 승인권을 쥐고 있는 방송위는 방송사들의 이해관계를 떠나 우리나라 방송산업 발전 차원에서 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이와 함께 방송사들도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기 보다 선의의 공정 경쟁으로 시청자의 권리를 확대하고 고객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것도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시청자들이 고선명 방송을 수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