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역통합망(BcN)으로 가는 길에 놓인 두가지 깊은 고민’
정부가 오는 2010년 유비쿼터스 코리아(u코리아) 건설을 최대의 신산업 육성책으로 꼽은 가운데, 이를 위한 차세대 통신인프라로 자리매김할 BcN 구축방향을 둘러싸고 고심이 깊다.
하나는 수요예측이 어렵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장비산업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다.
지난 90년대말 미국 신경제의 호황기나 우리나라가 현재 IT강국으로 급성장한데도 광대역 통신망의 역할이 컸던만큼, BcN은 미래 IT 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변수라는데 이견이 없다. 특히 초고속인터넷 대중화의 단초를 제공한 유선 통신망은 향후 막대한 시설투자와 더불어 관련 장비·솔루션 등 후방연관 효과가 크다.
자칫 방향을 잘못 잡을 경우, 막대한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한결 신중한 접근이 요구됐다.
BcN 구축전략에서 가장 깊은 고민은 오는 2010년께 사용자들이 직접 향유할 통신환경(가입자망) 수요와 현 기술발전의 추세를 확실히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는 2010년경 가정의 통신용량 수요가 최대 100Mbps급이 될 것으로 판단, 향후 5∼6년간 지금의 전화선(xDSL)·케이블(HFC) 망을 적극 활용한뒤 2010년께 댁내광가입자망(FTTH)로 새출발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수년새 대용량 멀티미디어 수요가 급증한데다, 홈네트워크·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 등 변화의 폭을 가늠하기 힘든 신규 서비스가 속속 나왔다.
이용자들이 100Mbps급 통신환경을 요구할 시점이 2010년보다 앞당겨질지, 늦춰질지에 따라 궁극적인 기술진화 방향인 FTTH 보급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지금으로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다 최근 등장하는 xDSL·HFC 기술도 50Mbps급을 뛰어넘는 상용화 사례가 등장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한마디로 시장수요와 기술진화 방향이 도대체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 다단해졌다”면서 “마치 예전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로 ADSL를 택했던 것이나 이동통신 기술방식으로 CDMA를 선정할 당시와 비슷한 고민”이라고 전했다. 경우에 따라 당분간 xDSL·HFC를 병존시킨뒤 FTTH로 진화한다는 당초 계획이 전면적으로 궤도 수정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BcN 추진전략의 목표인 국내 네트워크 장비제조산업의 경쟁력 제고도 큰 과제다.
지금까지 정부 차원에서 차세대 라우터·ATM 개발을 독려하면서 통신사업자들의 채택을 유도했으나 BcN 구축이 본격화할때, 사업자간 치열한 시장경쟁으로 보다 경쟁력있는 외산장비가 인프라를 선점할 경우 이렇다할 대책은 없다. 한 전문가는 “인위적으로 국내 제조산업을 키울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면서 “정부 차원에서는 국내 산업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취하기보다 백본장비나 단말기, 각종 부가서비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차세대인터넷주소체계(IPv6) 등 미래 광대역 통신환경에서는 주도권을 쥔다는 각오로 FTTH 장비개발 및 보급에서 한참 앞서 나갔다. 중국도 부가서비스 보급에 박차를 가하면서 우리나라를 위협했다. BcN 이라는 장밋빛 환상은 제시됐지만 시장수요 촉발과 신규 투자로 이어지는 산업 선순환구조를 만들만한 계기가 안보여 정통부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정통부 관계자는 “나름대로 예측은 하지만 정부가 어떻게 시장수요나 기술진화 방향을 장담하겠느냐”면서 “홈네트워크·USN도 결국 수요의 돌파구를 찾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