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 이기태 사장과 황창규 사장간의 협력과 경쟁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은 서로 다른 기업은 물론 그룹 계열사 및 기업내 사업부문간 경쟁이 어느 때 보다 치열하다. 같은 식구라고 챙겨주고 밀어주는 ‘미덕(?)’은 이제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삼성전자 내부 분위기는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자유 경쟁, 무한 경쟁을 통해 월드와이드 베스트를 만들고 이를 통해 세계 최고 브랜드로 가꾸어 낸다. 지금의 ‘삼성전자’를 존재할 수 있게 한 ‘핵심 경쟁력’을 여기에서 찾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무한 경쟁은 삼성계열사의 여기저기서 찾아 볼 수 있다. 삼성SDI와 삼성전자가 알게 모르게 경쟁중인 OLED가 그렇고 삼성전기와 삼성테크윈이 경합중인 카메라 모듈 분야 또한 예외가 아니다. 또 셋톱박스 시장에서도 삼성전자 내부 3개 사업부가 경쟁하면서 최고로 키워 나가고 있다.
그럴수록 ‘협력’ 또한 더욱 빛을 발한다. 최근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이기태 사장과 반도체총괄 황창규 사장의 만남이 잦아지고 있다. 또한 적어도 두달에 한번씩은 두 사업부간 합동미팅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미팅의 목적은 물론 시스템을 잘 아는 무선단말사업부와 반도체를 아는 시스템LSI사업부가 합심해 핵심 시스템LSI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반드시 경쟁이 뒤따른다. 협력은 하되 세계 최고 제품임을 확인한 뒤에야 비로소 채택해 준다는 원칙이 어김없이 적용된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성장·발전하는 길은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사업부에서 만족할 만한 핵심 부품을 만들어내고 무한경쟁을 통해 우리의 제품이 채택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삼성전자 시스템 LSI사업부 한 관계자의 말이다.
시스템LSI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테마다. 이 분야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버금가는 성공신화를 만들어 내는 게 모두의 꿈이자 희망이다. 이미 휴대폰과 메모리에서 세계 최고의 업적을 거둔 이기태 사장과 황창규 사장의 만남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깊다. 두 거인들간의 자존심을 건 협력과 경쟁은 대한민국의 또 다른 성공신화를 기대케 한다.
<디지털산업부=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