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T기술의 발달로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기술이 현실의 산업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시장에서 자사 제품들을 많이 판매하기 위하여 연구개발에 힘을 쏟는 것은 물론 경쟁사의 기술을 파악, 자사의 기술과 비교함으로써 자사의 낙후된 기술을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외국의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외국기업에 각종 특혜를 주면서까지 유치하고자 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적극적인 투자유치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나, 국내 토지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공장 및 연구시설부지 확보의 어려움, 국내의 높은 인건비, 각종 인·허가의 규제 등으로 인해 첨단기술을 보유한 해외기업들은 중국이나 대만 등의 동남아시아로 진출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국내의 비싼 인건비, 고물가, 각종 규제 등의 어려움을 피하여 국내의 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하고, 최근에는 기업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연구소까지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국내의 첨단기술까지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해외 진출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첫째 기업에서 종신제 개념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도 한 통계에 의하면 우리 국민이 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기간이 평균 5.9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국민 한 사람이 일생에 7∼8번 직장을 옮기는 것이 된다. 이러한 이유인지는 몰라도 IMF 이후 기업비밀의 유출은 기업내 직원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둘째, 국내 인건비, 물가 등의 상승으로 인하여 제품의 원가도 상승하게 된다. 즉 기업이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에는 인건비나 물가 등이 경쟁국에 비해 비싸고 그것이 원가에 반영되어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제품은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고 있으며, 아직 해외로 진출하지 않은 기업들도 진출하려 할 것이다. 이 경우에도 국내 기업이 해외로 진출함과 동시에 기업이 보유한 첨단기술도 합법적인 방법으로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이 외에 국내의 첨단제품을 수출하는 경우 상대국의 법률에 의해 기술이 유출되기도 한다. 한 예로 국내 벤처기업이 만든 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하고자 할 때, 중국정부로부터 강제인증(CCC)을 받지 않으면 수출을 할 수 없다. 이 경우 국내의 어떤 기업이건 중국시장에 진출하려면 어쩔 수 없이 기술이나 제품에 대한 정보, 즉 기술의 설계도면, 기술자료 등을 제출해야 하며 중국정부가 해당기술의 정보를 가지게 돼, 이를 악용하려 한다면 쉽게 유출되고 말 것이다.
이러한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생명인 기업은 직원이 입사할 때마다 비밀유지계약을 하거나 비밀을 유지·보호하는 근무규정을 두고, 경력사원 채용시에는 전 직장의 기업비밀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는 등 기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또 비밀의 중요성을 정기적으로 환기시키는 사원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새로운 개발(발명)이 있을 때마다 신고를 의무화하는 등 간접적인 관리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다소 번거로울 수도 있겠으나 기업비밀 자체에도 등급을 정하고 취급자와 보관장소 등을 구분해서 보호해야 한다. 예를 들면 그 중요도에 따라 1∼9급으로, 혹은 책임권한에 따라 대외비·사내비·부외비 등으로 나눠야만 영업비밀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영업비밀 침해 행위에 대해 기업이 취할 수 있는 관리방안으로 △영업비밀에 대한 명확화 △영업비밀 취급자의 한정 △취급자의 비밀준수 여부 관리 △복사제한 등 비밀보관방법 규정 △퇴직자 관리 △영업분야별 관리 △개발부서 핵심 인원에 대한 관리 △직원교육 △하청 및 라이선스 계약에 의한 비밀유출 대비 등이 있다.
벤처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은 영업과 관련된 비밀이나 정보가 기획단계에서 판매에 이를 때까지 절대로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유지·관리해야 한다. 또 기업은 정당한 보상과 철저한 교육을 통해 기업비밀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또 기술유출에 따른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는 민·형사적 규제조치보다는 이해 당사자간 대화로 해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윤선희 한양대 교수 shyun@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