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를 보면 휴대폰으로 인터넷 뱅킹을 하는 모습을 보고는 다가가 “스님,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내시다니 대단하십니다”라고 말했다가 “돈 보낸다”라는 말로 제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CF가 나온다.
나이 지긋한 스님은 세속과 거리가 있는 사람을 대변한다. 그리고 그런 큰 스님도 휴대전화를 이용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점에서 이 메시지는 강력하다. 생활 속에 스민 휴대폰의 위력을 이보다 더 강력하고 유머러스하게 전하는 광고도 드물지 않나 싶다. 그 정도로 휴대전화서비스는 우리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컴퓨터뿐 아니라 이처럼 우리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휴대전화에도 바이러스가 등장했다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AF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차세대휴대전화인 스마트폰이 ‘카비르(Cabire)’라고 명명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휴대전화 전원을 켤 때마다 초기액정화면에 ‘Caribe’라는 문자가 뜬다고 한다.
우리와 친숙한 웜바이러스 가운데는 요즘 한창 상영되고 있는 블록버스터 ‘트로이’도 빼놓을 수 없다. 호머가 그리스와 트로이간의 10년전쟁을 시로 풀어 낸 일리아드(Troyan)에는 나무목마를 트로이성문앞에 내놓고 철수하는 그리스군의 모습이 나온다. 함락되지 않는 트로이성을 함락시킬 계책으로 ‘트로이목마’ 안에는 그리스군이 숨어 있었고 이를 승전 기념물로 생각하고 성으로 끌어들인 트로이는 파멸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웜바이러스의 유형인 ‘트로이 목마’의 유래다.
다시 전화와 바이러스와 인간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몇년 전 영국의 한 박사가 자신의 몸에 칩을 장치하고 이를 이용해 자신의 가족과 감정까지 교류한다고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따지고 보면 전파를 이용하는 점에서는 무선인터넷이나 휴대전화나 생체 내에 이식되는 칩이나 별 차이가 없다.
결국 인간의 몸에 날로 진화되어 가고 있는 칩이 이식된다면 점진적으로 사이버화할 가능성을 가진 인간들에게도 사이버 바이러스가 침입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게 된다면 언젠가는 인간에게도 사이버 바이러스를 치료할 백신이 필요하게 될지 모른다. <이재구 경제과학부장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