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매틱스는 정부가 정한 IT 차세대 성장동력의 하나다. 정통부에서 2007년까지 우리나라를 세계 5위의 텔레매틱스 선도국가로 만들겠다고 공포했지만 생각만큼 단말기 보급, 서비스, 연구개발(R&D)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가격적인 측면에서 아직 대중적이지 못해 텔레매틱스산업 자체가 일반인과는 무관한 하나의 미래산업이라 인식되고 있고, 그 때문에 휴대폰 등 다른 IT기기보다 실생활에서 밀접한 연관성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산업은 나름대로의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텔레매틱스산업도 마찬가지로 업계의 R&D와 정부의 장기적인 정책추진이 전제가 돼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대중화를 통한 성장동력을 얻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IT발전은 CDMA에서 어느 정도 성장동력을 찾았다. 또한 이러한 배경에는 활발한 내수 시장의 확대가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수를 주도할 수 있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텔레매틱스의 인지도는 상당히 낮으며 텔레매틱스에 대한 관심도 얼리 어답터 중심으로 국한돼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책적인 뒷받침과 일반 사용자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 소비자의 공감대를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를 필자는 관광산업과의 연계를 통해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관광산업은 웰빙열풍과 주 5일 근무제의 여파로 제 2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얼마 전 발표된 제주도의 텔레매틱스 시범사업 추진은 반가운 소식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관광지인 제주도에서 관광산업과 정보통신산업을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얻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 텔레매틱스 시범사업은 그 자체가 최고의 관광상품이기 때문에 텔레매틱스 단말기 보급의 문제뿐만 아니라 관광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에는 국가 및 민간의 막대한 투자가 선행된다. 정책 책임자들은 이렇게 좋은 취지로 시작된 뜻깊은 사업을 한순간의 전시 행정이 아닌 국가적 사업의 원동력으로 발전시킬 책임이 있다.
이렇듯 텔레매틱스산업을 국가적 원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관광과 텔레매틱스산업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첫째로 국내 관광계획이 IT계획과 함께 맞춰져야 할 것이다. 관광지에 대한 투자와 설계 부분에서부터 IT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기초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현재의 관광지 개념은 예전과 달리 대중 문화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관광지는 단기간에 조성될 뿐 아니라 짧은 시기만 활용되는 실패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봐왔다.
둘째로 두 산업이 참다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교통정보와 관광정보가 통합돼야 하며, 이와 함께 기존에 각 지리 제공업체에서 제공하던 지도서비스를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지도 정보는 국가적인 인프라라고 할 수가 있다. 이러한 국가 차원의 기반을 민간기업에만 위탁하고 손놓고 있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얼마 전 제주에는 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이 도입됐지만 관광정보와는 통합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리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셋째로 전문적인 기술 인력의 육성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권에 드는 자동차 생산국이며 첨단 IT국가지만 그에 따른 AV 및 텔레매틱스와 같은 부가적인 산업은 소외됐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관련산업에 대한 인재 양성에는 소홀했다는 것을 뜻한다. 정책적인 지원 및 정부의 많은 노력을 통해 부가산업의 인재 육성에 힘을 기울이는 것 또한 정부의 역할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과학기술부 장관의 부총리 승격은 기술관련 인재 육성에 큰 기대를 걸어볼 만한 일이다.
텔레매틱스산업은 국가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국민 복지의 증진을 위해 반드시 추진돼야 할 사업이다. 또한 최근 제주 텔레매틱스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연간 10%의 관광객 증가와 780억원의 관광수입 증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보고서도 나왔다. 특히 앞서 말한 정부의 노력 및 관광산업과의 연계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정부의 의지대로 우리나가가 세계 5위의 텔레매틱스 선도 국가가 되는 것은 요원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규승 파인웍스 사장 kslee@finewor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