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PC처럼 운용체계(OS)를 탑재하고 인터넷에 접속하면서 바이러스 침투가 현실화됐다.
최근 심비안 OS를 탑재한 휴대폰에서 처음으로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관련업계가 바이러스 비상에 걸렸다. 국내에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휴대폰 바이러스가 발견된 적은 없지만, 안심할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연구소 단계에서 모 업체의 OS를 탑재한 개인휴대단말기(PDA)에서 글자가 깨지는 바이러스가 발견되기도 했다”며 “휴대폰 바이러스의 출현은 이제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바이러스 무방비”=러시아 백신회사인 카스페르스키랩은 ‘카비르(Cabir)’라는 바이러스가 보안용 유틸리티 파일로 위장해 이동전화서비스망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휴대폰은 ‘Cabir’라는 문자가 나타나며, 전원을 켤 때마다 블루투스를 통해 다른 휴대폰으로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이동전화업계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휴대폰 시장과 무선인터넷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바이러스 확산의 최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보조금 허용으로 PDA와 스마트폰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어, 바이러스 발생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누군가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휴대폰에서 작동하는 바이러스를 유포한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며 “백신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바이러스 출현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1 고려 사항 아니다=그럼에도 이동전화서비스와 휴대폰업계는 바이러스 대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바이러스 출현은 분명하지만, 초기에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새로운 서비스와 신제품 개발에도 인력과 자원이 모자란다는 반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PC는 바이러스라는 개념이 나온지 10여년 후에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시작했다”며 “80∼90% 휴대폰은 OS를 탑재하고 있지 않아,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가 현실화되기는 상당한 시일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팬택&큐리텔 관계자는 “휴대폰 바이러스는 보안업체와 이동전화서비스업체가 해결할 문제”라며 “개발된 백신을 휴대폰에 탑재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백신업체 바이러스 경고=그러나 보안업체들은 “당장 오늘이라도 휴대폰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갈수록 OS가 복잡해지고 무선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하는 콘텐츠나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몇몇 이동전화서비스업체가 모바일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네트워크 마비에 대비해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지난 2000년 NTT도코모 사용자들에게 단문메시지서비스(SMS)가 무작위로 들어가는 등 버그를 활용한 PC용 바이러스가 잠깐 등장한 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휴대폰 바이러스 출현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3세대 휴대폰이나 PDA 등 휴대폰이 PC로 진화한 만큼 이동전화서비스업체는 물론 휴대폰업체들은 바이러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망=이에 따라 백신 업체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국내 백신 업체의 휴대폰용 백신 기술력은 세계 수준이다. 외국 백신 업체 중에서 휴대폰용 백신을 개발한 업체는 네트워크어쏘시에이츠 정도인데 국내 백신 업체는 이미 작년에 개발을 완료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4월 SK텔레콤과 제휴를 맺고 세계 최초로 휴대폰용 백신을 개발한 안철수연구소는 기술 개발을 계속하면서 상용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가 개발한 휴대폰용 백신은 SK텔레콤의 모바일 플랫폼인 ‘위탑’ 환경에서만 실행된다. 자회사인 무선보안 전문업체 안랩유비웨어와 보다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는 휴대폰용 백신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하우리 역시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PDA용 백신을 개발해 KTF에 공급한 바 있으며 현재 휴대폰용 백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번 휴대폰용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개발 속도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