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휴대폰업체인 모토로라가 한국의 파트너인 어필텔레콤을 완전히 장악했다.
모토로라는 18일 어필텔레콤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 총보유지분율을 53%에서 99%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토로라가 53% 지분으로도 충분히 어필텔레콤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추가로 지분을 매입한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어필텔레콤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에 대해 “모토로라는 어필텔레콤을 자회사로 여겼으나, 어필텔레콤은 모토로라와 동등한 자격을 요구해 양측의 마찰이 적지 않았다”며 “모토로라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 어필텔레콤의 항복선언을 받아내기 위한 가장 강력한 조치”라고 말했다.
◇모토로라 “CDMA 확대 전략”=모토로라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CDMA 부문이 확대되고 있는 세계 시장의 흐름을 반영한 모토로라의 글로벌 CDMA 전략의 일환으로, CDMA부문에서 최근 수년간 급성장을 거듭해온 어필텔레콤의 지분을 거의 모두 확보한 것”이라고 추가 지분 인수 배경을 설명하고 “어필텔레콤의 추가 지분 양도는 2분기말까지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CDMA제품개발사업 팀 콜리 모토로라 부사장은 “CDMA 분야의 글로벌 선도업체가 되기 위해 CDMA 제품 기술을 선도하는 한국에 대한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양사 모두 혁신적인 CDMA 솔루션을 개발, 공급하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모토로라는 지난 98년 어필텔레콤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어필 “불안하다”=어필텔레콤 관계자들은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만족한 표정은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이가형 전 사장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지난해 모토로라와 불화로 어필텔레콤 사장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진 이 전 사장은 의사회 의장 자격으로 어필텔레콤의 경영에 관여 해 왔으나, 이번에 지분을 완전히 매각하고 어필텔레콤에서 손을 뗐다. 모토로라로서는 가장 큰 걸림돌을 해치운 셈이다.
어필텔레콤 관계자는 “어필텔레콤의 앞날이 밝다고만 볼 수 없다”며 “지난해 모토로라코리아디자인센터(MKDC)를 철수했던 것처럼, 어필텔레콤도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토로라가 어필텔레콤 지분을 전량 매입했지만, 어필텔레콤의 역할은 변한 게 없다”며 “단지 모토로라와 어필텔레콤의 관계가 수평에서 수직으로 바뀌게 됐다”고 평가했다.
진정훈 모토로라코리아 부사장 겸 어필텔레콤 사장은 “지분 매입은 주주간의 거래”라며 “어필텔레콤의 위상이나 조직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뒤 따를 듯=모토로라는 곧바로 조직장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주주들의 반대로 하지 못했던 조직개편이나 인사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 이가형계로 분류된 인사들이 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가형 전 사장의 발탁으로 어필텔레콤으로 회사를 옮긴 관계자는 “회사를 옮겨야 할 지도 모르겠다”며 “모든 것이 불안하다”며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