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화기금 신뢰성 흔들린다

미국 학교와 공공기관내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 확산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E레이트(E-rate)’ 프로그램이 불투명한 운영으로 위기에 처했다.

 C넷에 따르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와 법무부, FBI 등 정부 기관은 최근 E레이트 프로그램을 악용해 자금을 횡령하는 등 범법 협의 40여건을 적발해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E레이트 기금 사용에 대한 보다 철저한 관리 및 감사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미국내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E레이트 프로그램이란 지방이나 빈곤 지역 학교 및 도서관 등을 대상으로 통신과 인터넷 장비 및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인데 매년 약 20억∼25억달러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 지난 96년 미국 고어 부통령이 주도해 이에 관한 법령을 제정했으며 이 법령에 따라 9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E레이트 기금은 미국인들이 매달 납부하는 전화요금에서 보편적 서비스 기금 명목으로 8.7%를 공제해 조성한 것이다.

 FCC 등이 현재 조사 중인 사건들은 과잉 투자와 사용처 불명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PC가 없는 학교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설치한다는 명목으로 한달에 약 300만달러에 달하는 금품을 수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같은 사건의 경우 학교 담당자나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중간에서 자금을 횡령했거나 필요 이상의 물량을 공급해 차익을 챙겼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비영리기관인 공익보전센터(The Center for Public Integrity)의 임원 밥 윌리엄스씨는 “E레이트는 좋은 의도로 시작한 프로그램이 부패에 빠지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두고 이번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며 E레이트 프로그램을 개선하지않는 한 더욱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실제로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관련 통신법령의 재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에너지·상업위원회가 최근 프로그램 개혁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있다.

 그러나 E프로그램의 운영에 비판적인 사람들도 E레이트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인하지는 않고 있어 프로그램이 없어질 가능성은 적을 것이란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E레이트 프로그램의 도입으로 2001년 공립 학교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교실의 비율이 87%였던 것이 2002년에는 95%까지 확산되는 등 지방과 도시간 정보격차 해소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의원들은 이러한 효과 때문에 E레이트 프로그램을 없애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프로그램을 없애기 보다는 감사를 강화하는 수준에서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