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는 카지노와 테마호텔로 유명하지만 국내 IT인들에겐 컴덱스·CES·넷월드+인터롭·NAB 등 전문 전시회들이 열리는 컨벤션의 도시로도 잘 알려져있다. 물론 최근 2∼3년간 IT업계에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면서 이곳을 찾는 IT기업인들의 발걸음이 예전보다 뜸하지만 여전히 라스베이거스는 세계 IT기술의 큰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장소 중 하나다.
여기서 열린 IT전시회를 한번쯤이라도 찾았던 IT인이라면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샌즈엑스포 컨벤션센터 등에서 펼쳐지는 ‘기술의 향연’을 구경하기 위해 다리품을 팔고 밤에는 MGM·미라지·시저스·룩소르·엑스컬리버·트레저 아일랜드 등 ‘더 스트립(중심가)’에 위치한 테마호텔들을 순례하며 화산쇼·해적선쇼 등을 섭렵했던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전시회보다는 슬롯머신이나 테이블 게임에 고개를 처박고 밤을 꼬박 세웠던 사람도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누가 ‘잭팟’을 터뜨리고 누가 돈을 몽땅 잃었다는 얘기로 라스베이거스의 영웅담은 끝을 맺는다.
최근 라스베이거스에 관한 외신 하나가 눈길을 끈다. MGM그랜드·미라지·벨라지오 등 6개의 카지노를 소유하고 있는 카지노 호텔그룹인 MGM미라지가 경쟁사인 맨덜레이 리조트를 부채 포함, 79억달러에 인수키로 결정해 시저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카지노 호텔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객실 규모만 3만6000여개에 달한다고 하니 입이 쩍 벌어질 판이다. 한발 더 나아가 MGM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업체를 다 합병하겠다”고 큰 소리를 쳐 주변을 아연케 했다. 요즘에는 중국 시장을 겨냥해 마카오의 카지노 인수에도 덤벼들고 있다고 하니 점입가경이다.
사실 최근 몇년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 전시회에 국내 IT기업들의 진출이 아주 부진하다. 컴덱스·인터롭 등 국제 IT전시회에 전시 부스를 마련하거나 한국관에 공동 출품하는 기업들이 크게 줄어들었다. 국내 IT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이 같은 추세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IT경기는 바닥을 기고 있는데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엉뚱하게 카지노에 돈을 탕진해 MGM의 배만 불려주는 것은 아닌지 베팅하기 전에 한번쯤 생각해 보자.
장길수 국제기획부 부장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