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만 4년이 됐다. 그동안 남북한 경제교류는 양적·질적인 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양적인 측면에서 보면 남북 교류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남북간 교역액은 2000년 4억2500만달러에서 2003년에는 7억2400만달러로 59% 증가했다.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남한과의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중국 다음으로 높아졌다. 남북협력기금의 운용규모도 2000년 7877억원에서 2003년 1조8713억원으로 2.5배 가량 급증했다. 북한을 방문한 남한사람들의 수는 2000년 7280명에서 2003년 1만5280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금강산 관광객은 2004년 5월 말까지 총 65만2000명에 달했다. 물적·인적교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그만큼 남북간의 거리가 가까워진 것이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우선 당국간 회담을 보면 1999년 8회에서, 정상회담이 있었던 2000년에는 33회로 급증했다. 2003년에는 38회의 당국간 회담이, 2004년에는 6월 10일 현재 17회로 증가했다. 북핵문제로 인해 정치·군사적 환경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남북 당국간 회담은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당국간 회담이 중요한 이유는 남북은 서로 상이한 경제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어 제도적으로 그 차이를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도적 장치도 많이 마련됐다. 남북경협의 기본 틀이라고 할 수 있는 투자보장, 청산결제, 이중과세 방지, 상사분쟁조절에 관한 4개 합의서가 발효됐다. 이 4개 합의서는 금융결제, 세금, 분쟁은 물론 투자에 대한 안전장치라는 점에서 경제교류의 기본이 된다. 남북 직항로 개설을 가능케 하는 해운합의서, 북한산 제품에 대한 무관세 혜택의 근간이 되는 원산지 증명 합의서 및 개성과 금강산개발과 관련된 각종 합의서가 결실을 보고 있다.
정상회담 이후 남북간의 강력한 개발의지를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는 3대 경협사업도 북핵 문제로 인해 속도는 다소 지연되었지만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개성공단 개발 사업은 2만평 정도의 시범 공단을 우선 개발하기로 하고 공단에 입주할 15개 남한기업을 선정해 놓은 상태다. 공단 개발 공사도 하반기 입주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해로에서 육로 관광으로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관광상품도 1박 2일에서 2박 3일 등 다양해졌다. 금강산 내에서의 관광활동도 많이 자유로워졌음은 물론이다. 최근 통행관련 합의서에 따르면 남한 관광객들이 자신의 자동차를 몰고 금강산 관광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경의선 및 동해선 철도, 도로 연결사업도 진척을 보이고 있다. 경의선은 남측구간의 공사는 마무리됐으며, 현재 북측 연결구간 공사가 한창이다. 동해선 연결은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고 있지 못하지만 역시 공사는 진행중이다.
지난 4년 동안 남북 경제교류는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여왔고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필자는 며칠 전 지난 10여년 동안 남북경협을 추진해 왔던 모 기업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내용은 이제 남북경협을 그만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이렇게 활성화되고 있는데도 경협을 정리하겠다는 태도가 언뜻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것이 바로 남북경협의 현주소가 아닌가 싶다. 아직도 남북경협에서 성공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북한을 방문하는 일도 그렇게 쉽지마는 않다. 직통전화는 물론 대금결제에 이르기까지 남북간에 직접적인 교류를 위한 실질적인 시스템은 아직 없다. 북핵 문제와 같은 정치안보적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북한사람들의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도는 높아졌다고 해도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 가로막혀 있는 남북경협. 이제 실속을 차리기 위한 남북간의 노력이 경주돼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yongsueng@d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