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은 오늘날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서 핵심적인 위치와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90년대 들어 기존 전통산업을 제치고 반도체, 통신기기, 디지털 콘텐츠 등 IT산업이 경제성장을 주도해 왔으며 2000년에는 실질 경제성장 중 IT산업의 기여율이 50%를 상회했다. 지난 수년간 IT시장은 큰 폭의 변화를 경험했다. 벤처기업들의 잇따른 도산과 주가하락, 세계적인 경기부진으로 국내 IT산업은 침체기를 걷고 있으며 새로운 촉매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2002년 12월 2.3GHz 주파수 대역을 휴대인터넷(WiBro)용으로 할당했다. 이를 IT산업계는 벅찬 기대감으로 새로운 부흥을 위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만한 정책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론 IMT2000 등 기존 통신서비스와의 상관 관계상 활성화 여부, 유선과 이동통신사업자 간 영역 정리 등의 문제를 놓고 정부의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그동안 서비스 이용자의 편익과 사업자의 수익성, 유무선사업자 간의 다양한 논리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 또 TTA 주도로 휴대인터넷 기술표준을 도출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휴대인터넷서비스가 하루빨리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야 할 때가 됐다. 정부는 국민편익과 IT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 정책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최근 국내 통신서비스시장을 보면 통신시장의 포화와 유무선간 시장불균형 심화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98년 국내 통신시장에서 유선서비스 점유율은 60.2%를 차지했으나 2003년에는 48.6%로 줄었다. 유선사업자의 입지 축소와 관련 사업기반이 붕괴되고 있다. 이동통신 역시 신규 시장의 포화에 따른 가입자 순증이 정체되고 있으며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외에도 휴대인터넷 서비스를 조속히 개시해야 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고객 욕구 충족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국내 유선 초고속인터넷과 무선인터넷 시장은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높다. 둘째, 긍정적인 규모, 즉 사업성 있는 수요 규모가 예측되고 있다. 휴대인터넷 시장에 대한 수요예측 자료를 보면 대략 서비스 개시 5년 후에 가입자가 9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셋째, 관련 IT산업의 신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휴대인터넷은 무선 데이터통신의 증가 추세, 저렴하고 안정적인 무선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유무선 통합네트워크 구현을 통한 서비스 고도화, 디지털 콘텐츠 시장 확대, 신규 단말기 시장 확보 등 여러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외에도 국민편익 제공과 경제 파급 효과도 높다. ETRI 보고서에 따르면 휴대인터넷은 관련 산업 생산 유발 18조원, 부가가치 창출 7조5000억원, 수출 유발 6조3000억원 등 약 36조원에 달하는 산업 유발 효과와 27만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반면 1년 늦출 때마다 1조8000억원의 소비자 후생 감소도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해외시장 선점을 위해서라도 휴대인터넷의 조속한 시장 도입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NTT컴, 소프트뱅크BB, e액세스 등과 같은 사업자들이 휴대인터넷을 ‘모바일 DSL’로 정의하고 시험서비스 추진에 나섰다. 미국 스프린트, 독일 에어데이터, 호주 PBBA 등의 행보도 주시해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는 휴대인터넷 사업의 성공과 서비스 제공의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관련 업계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3월에 창립한 휴대인터넷 이니셔티브(PII)는 80여개 사업자들이 실질적인 사업준비를 위한 방안과 각종 기술, 서비스를 아우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IT산업 발전을 위해 중요한 시기다. 차세대 성장엔진인 휴대인터넷을 조속히 가동해 IT강국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내년 말 부산에서 APEC 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사업자 선정 등이 당초 일정대로 차질 없이 추진돼 이 기간 휴대인터넷 시범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제공한다면 또다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휴대인터넷이니셔티브(PII)의장 박영일 (주)시스윌 회장, yipark@sysw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