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베트남의 최대 도시인 호치민과 하노이를 방문해 두 번을 놀랐다. 첫째는 거리를 가득 메운 엄청난 수의 오토바이고, 둘째는 시 외곽은 물론 도심에서도 이른바 ‘발전의 흔적’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신화적 경제성장의 상징인 중국 상하이시가 주는 신선한 충격, 펄떡이는 생동감과는 거리가 먼 혼잡스런 모습이다. 국민소득도 460달러 수준. 이쯤 되면 우리 기업, 특히 대규모 투자가 동반되는 IT부문의 투자가 크게 늘어나는 데 대한 불안과 걱정도 떠오른다.
그러나 길거리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들이 기회의 틈새를 보였다. 오토바이의 수가 10년도 안돼 8000만 인구의 베트남에 2000만대 이상으로 늘어나버린 것. 호치민이나 하노이의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오토바이가 자전거를 모두 대체한 것이 ‘눈 깜짝할 사이’였다고 표현했다. 베트남 대졸 초임이 월 100달러 가량, 제조업 임금이 60∼70달러선, 부장급이 400∼500달러라고 했을 때 보통 3000∼4000달러 이상인 오토바이를 일제히 사들인 구매력은 실로 파격적이다. 우리로 치면 고급 외제차 구입붐이 분 격이다. 이에 대해 이른바 ‘지하경제’가 두 배 이상의 규모를 갖는 베트남 경제의 특성을 잠재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또한 무엇보다 이동수단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성향이 큰 이유라는 게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의식주 투자에는 관심이 없되 이동수단에는 과감히 투자한다는 것.
이에 빗대 이동시의 통신수단인 휴대폰도 급격히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자전거보다 빠른 이동수단’인 오토바이를 마음에 품었듯이 ‘연락하기 편리한 휴대폰’을 마음에 품는 게 관건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현재 320여만명인 가입자수가 10년새 10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베트남에서 ‘혼다’는 오토바이란 뜻의 고유명사가 됐다. 물건을 오래 두고 쓰는 베트남 사람들의 습성을 노려, 저가 보급후 고가의 부품을 판매한 혼다의 전략이 적중한 결과다. 휴대폰, 인터넷을 앞세운 우리 IT산업이 베트남에서 기회를 발견했다면 이젠 치밀한 전략을 펼쳐 나가야 할 때다.
하노이=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